2004.7.10(토)
당직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보니 아무도 없다.
아내는 전화 한 통 메모 한 장 남기지 않고 출근하였는데 찬밥 한 덩이 조차 남아 있는 게 없다.
우선 허기는 채워야겠기에 라면을 끓였는데 함께 넣어 먹을 계란조차 없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어? 그 땐 몰랐는데... 이거 전략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여자의 본분중 하나는 식탁을 차리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일을 한다고 해서 그걸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적어도 남편이 스스로 끓여 먹을 수 있도록 기초식품 정도는 준비해 놓아야 한다.
갑자기 가족을 위하여 음식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J이 말이 생각났다.
그래 여자라면 최소한 그정도의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마눌님 생각은 어떻게 하면 한 끼를 때우고 넘어갈 수 있는가에 있다.
그러므로 휴일이면 늘 외식을 생각하고 그걸 싫어하는 나와 부딪치면서 마음 아파하는 것이다.
J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집으로 똘똘 뭉친 J는 회사에 나와 회사 화장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지난 번 내게 전화하고 싶은 걸 참았다며 오늘은 일이 밀려 어렵고 화요일은 대개 쉬거나 한가하므로 그날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자기가 삼성동으로 오겠단다.
컴퓨터를 열어 통신교육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 82가지”에 관한 리포트를 작성하였다.
나중에 아이들 보여줄 생각으로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를 다운 받았다.
늦게 들어온 아내는 내가 점심식사를 했는지 묻지도 않고 잠자리에 들었으므로 회사 근처에 가서 순대국밥을 먹기로 하였다.
순대국집 아줌마도 점심을 안 먹었는지 대충 국수를 말아 내가 먹는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니 KY과장과 L과장은 물론 처장님도 나와 있었다.
그는 OO처 때문에 여기저기 온통 지뢰밭이 되었다며 툴툴댔다.
하기사 총무팀은 CI로, 우리와 인사관리팀은 승진제도로, 교육은 전문교육 강화로, 충원은 초간고시제도와 고졸 신입사원 채용준비로 모두 비상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처장은 우리와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류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셨다.
나도 곧바로 집으로 들어왔다.
하나포스에서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았다.
쉬들러 리스트랑 비슷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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