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16(금)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나니 비행기는 착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shuttle 버스를 타고 공항을 나와 JH씨를 만났다.
어제 내가 전화 통화를 했지만 그사이 처장이 또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의 차를 타고 출근하니 아침 9시 20분이다.
처장은 곧바로 전무님 방에 회의를 들어가고 나는 나머지 일을 챙겼다.
내 대신 KY가 연수원에 강의를 갔으므로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사혁신 방안에 대하여 부사장에게 보고를 하였다.
부사장도 3직급 승진권한 위양을 제외하고는 그리 크게 반응하지 않고 대체로 나를 인사전문가로 인정해 믿고 신뢰하는 것 같다.
저녁에 KY가 저녁식사나 같이 하고 가자고 해서 LS과장과 함께 삼성 칼국수 집에 가서 파전과 녹두전을 놓고 소주를 각자 1병씩 마시고 헤어져 들어왔다.
아내 보기가 약간 미안하다.
아내는 요즘 얼굴이 완전히 부어있다.
그녀가 돌아서면 돌부처보다도 더 싸늘하다.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 동안을 말 한마디 없이 지낸다.
얼굴엔 웃음기가 싹 가시고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거만하게 냉대하며 본체만체 한다.
이번에는 특히 길고 긴 침묵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나도 계속 화가 치밀어 분노가 축적되었다.
될대로 되라지 하는 식의 오기도 생긴다.
아니 다른 마음까지 생긴다.
그녀가 힘든 만큼 나도 힘들다.
별 생각이 다 밀려온다.
모든 걸 다 무너뜨리고 싶은 충동도 강하게 밀려온다.
그녀는 무엇이 그리 자신만만한지 모르겠다.
온 몸이 녹초가 되었기에 샤워를 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그녀가 옆에서 내쉬는 한숨 소리에 잠을 깨었다.
잠시 후 그녀는 화장실에서 토하기 시작했다.
엊그제도 그러더니 못 이기는 술을 또 마신 것이다.
모른 척 했다.
요즘 그녀도 많이 괴로워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이런 생각까지 품는데 그녀라고 안 그럴까.
결혼 이후 습관적으로 늘 그렇게 해왔던 그녀에 나도 지쳐버렸다.
이젠 매사가 싫어졌다.
요즘은 휴일에 밥 한 끼 제대로 차려주질 않는다.
어쩌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음식을 차릴 때면 즐거운 마음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말 한마디 없이 잔뜩 인상을 찌뿌린 채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녀는 이미 가족을 위하여 즐겁게 음식을 만들던 그녀가 아니다.
이 전쟁이 어떻게 파경으로 치닫을지 모르지만 나도 생각을 굳게 먹으려고 한다.
매일 먹이는 아이스크림에 과자, 빵, 그리고 지나친 고기 편식으로 아이들은 이미 망가져 고도비만 상태에 있다.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말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어졌다.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하기 보다는 직장을 핑계대고 아이들에게 매식을 주로 하게 하는 것도 아이들 건강을 해치는 요소 중의 하나다.
더 이상 신경쓰면 안 될 것 같다.
그녀가 달라지는 것을 바랄 순 없다.
그냥 그러는 그녀를 모른척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녀가 생각하는 내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녀가 나를 그냥 나로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내가 무어라 말 한마디 하면 나를 극단적 이기주의자로 몰아세운다.
결국 술 마시다가 KY와 LS과장에게 집안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호신이와 경신이를 때린 이야기까지 하고 만 것이다.
나의 더러운 가정사를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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