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17(토)
제헌절 아침이다.
예외 없이 나는 5시 40분에 눈을 떴고 그동안 밀렸던 일기를 정리하였다.
그리고는 혼자 싱크대에서 어제 먹다 남은 국에 밥을 말아 고등어조림과 함께 꾸역꾸역 허기를 달랬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남들처럼 일부러라도 밥투정을 부렸어야 하는데 이제는 이미 늦어버렸다.
그녀는 해가 중천에 뜨고 시침이 12시를 넘었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하더니 경신이가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은 상태에서 학원에 간 이후에야 일어나 점심을 준비하였다.
아이들에게 지난번에 다운 받아놓은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를 보여주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도 마무리하였다.
정말 글을 예쁘고 아름답게 쓰는 사람이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내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KK이 부친 칠순이어서 신림동 뷔페식당에 가서 시골 친구들을 만났다.
마침 BJ이도 캐나다에 갔다가 캐나다에서 자기가 해먹고 살 일이 없음을 깨닫고 엊그제 온 집안 식구를 데리고 다시 역 이민하였으므로 함께 자리를 했다.
SS이와 YB이가 함께 모였고 JW이는 축구하다가 다리를 다쳐 못 왔다.
SS이 아버지가 큰고모님 친척이라며 소개시켜준 옥희 할머니라는 분이 아버지하고 친하게 지냈다며 애처로이 나를 쳐다보는 바람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화장실에 가서 울고 왔다.
칠순도 안돼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 화장실 변기 앞에서 코를 팽팽 풀어대며 눈물을 닦은 뒤 심호흡을 하고 고양이 세수를 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경국이 사촌동생인 KA가 우리와 자리를 함께 했다.
KA는 이혼을 했다고 한다.
KA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YB이와 SS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
그 애는 착하고 생활력도 강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친구다.
그런 그녀가 이혼을 한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남편 되는 사람이 형편없는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나와 집사람과의 관계를 모르는 남들이 내게도 그런 편견을 적용할지도 모르겠다)
연회가 끝나고 SS이와 전철을 타고 남부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와서 SS이 버스 타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들 영어공부에 대하여 다시 한번 결기를 다졌다.
방학기간 중 하루에 두과씩 진도를 나갈 것을 이야기 하였다.
아이들을 더 이상 나태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
침대에 들어 잠자는 나를 아내가 또 술을 먹고 내쉬는 한숨으로 깨운다.
요즘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
많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이전에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그러는 그녀가 밉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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