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7(목)
처장은 욕심도 많다.
내가 벽 없는 조직에 대하여 연구할 때 그 내용 안에 포함시키라며 내게 건넨 그의 요구는 8가지가 넘는다.
사실 그 보고서는 조금 여유 있게 진행하여도 되는데 경영혁신추진실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들에게 뒤질세라 실기하면 안 된다며 내게 강하게 밀어붙이란다.
OOO과 OO직군을 합하여 AA직군을 만들고 본사든 사업소든 장기 근속자를 모두 파내어 뒤섞어버리고, OO지역본부 1직급 직위 보직자 대부분을 사업소로 내려 보낸 뒤 2직급으로 충원하며, 지사와 전력관리처를 지역적으로 통합하여 본부제로 운영하고, 사업소에서 일정기간 이상 근속한 직원에 한하여 본사에 전입시키며, 해당 처실에 근무한 전력이 있는 사람은 동일 처실로의 전입을 제한한다는 식의 의견을 내게 전했었다.
그가 제안한 다양한 의견 중 상당부분은 벽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하여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지금까지 사장이 주장하고 추진해온 권한위양 따위의 정책 등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였더니 조금은 수그러들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함께 검토하여 채택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 중 상당부분은 직원들의 강한 저항과 함께 회사 경영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 많다.
그러면서 그는 12월이면 나갈 것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닌다.
나갈 때 나가더라도 OO와의 한판 승부는 멈추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인사의 칼을 크게 휘두르며 회사를 발칵 뒤집어 놓겠다는 생각이다.
두어달 뒤 나가니 막판에 제멋대로 하면서 인사처장 직위를 제대로 한번 즐기려는 듯하다.
아니면 그렇게 함으로써 사장에게 잘보여 인사처장을 더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짜장면 한 그릇 시켜먹고 밤 10시가 넘도록 야근하며 규정 개정안과 씨름하다 퇴근하였다.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겹치니 마음이 불안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일면 끊임없는 그의 야망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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