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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112 주변의 충동질에 희생된 불쌍한 내 친구

by 굼벵이(조용욱) 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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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2(금)

KY과장이 아침 일찍 경영평가보고서를 가져왔기에 검토하고 수정지시 하였다.

점심에 처장은 대현 옥돌집 여사장으로부터 생일파티 겸 점심식사 대접을 하겠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우리를 소집했다.

KC부장, KR부장, KW부장, KNS수, LJ과장과 함께 거기서 점심으로 맛난 김치찌개를 얻어먹었다.

모두들 내가 맛나게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면서 핀잔인지, 감탄인지 한마디씩 건넨다.

요즘 처장은 나에 대해 조금 심기가 불편한 것 같다.

내가 무언가 잘못 행동하는 듯하다.

묻는 말에 적당한 답이 생각이 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면 '무조건 부인하고 본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나에게 질문하는가 싶어 내 뜻을 이야기 하면 누가 너더러 이야기했느냐는 식이다.

말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KW, 무서운 친구다.

껄껄거리며 흥부형님 하면서 어느새 처장을 사로잡고 있다.

그가 윗사람을 위해 all in 하는 모습은 배워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상대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그의 집요한 끈기와 노력은 처장을 점점 감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저녁 퇴근시간이 지났는데 LW과장이 왔다.

지난번에 약속한 파카 만년필을 내게 주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 함께 coex 건너편 허름한 음식점에서 소주를 나누었다.

그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동기인 입장에서 나라도 붙잡고 무언가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데 그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선물도 받고 저녁도 함께 먹지만 그가 승격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L지점장이 부추겨댄 모양인데 그의 행태나 노력의 방향 그리고 주변의 정서가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때 J지사장이 호남의 정서와 맞물려 C과장을 승진시켰는데 그가 지사장 앞에 자신이 잘나서 승진한 것처럼 행동했던 모양이다.

그게 서운해서 자신이 호남의 대부이면서 호남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은데다 차기 주자라고 생각한 S 과장이 OO처에서 순환보직으로 밀려온 C과장에게 밀려버리자 불만에 찬 목소리와 함께 승진에 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J지사장은 공공연하게 승진운동 하는 놈들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이에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승진을 포기하고 조용히 살려는 LW과장을 자극하여 승진운동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된다.

그의 말이 맞다면 어쩌면 이런 복잡한 역학구도로 인하여 그가 승진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만일 그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는 주변의 충동으로 희생된 제물에 불과하다.

그 책임의 한가운데에 J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P과장을 만났다.

KK과장과 함께 술 한 잔 하러간단다.

회사 분위기를 묻는 그의 질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어서 말을 얼버무렸다.

아마도 섭섭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도망가지 말고 대차게 맞붙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는 듯하다.

천성적으로 심약하지만 후천적으로 길러진 강한 도전정신도 있는데 말이다.

아이들의 나약한 모습을 보면서 내 유전인자인 듯싶어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잘 인도했어야 하는데 그걸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