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3(화)
OJW 고소사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사장을 대리하여 오후 5시에 H반장을 만나기로 했다.
너무 중요한 일이어서 준비를 닥오지게 해야 하는데 여러 구석에서 비본질적인 일들로 나를 괴롭혀 스트레스 지수가 심하게 올라갔다.
무슨 디자인 경진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닌데 학습조직 보고서를 만들면서 처장은 내용보다는 포장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게 수도 없이 이렇게 고쳐라, 저렇게 고쳐라 하면서 지시를 해 왕짜증이 밀려왔다.
한술 더 떠 기획예산처에서는 공무원 및 산하기관 간 인사교류를 위한 회의를 한다며 과거 추진하다 중단한 개방형 임용제 관련 회의 소집을 알려왔다.
24일 오후 5시에 처장이 거기 참석하여야 한다며 회의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독촉해 더욱 짜증났다.
엊그제 KCT부장이 내게 와 거기 대신 참석하라는 이야기를 하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당신들 일인데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지 왜 내게 떠넘기려 하느냐고 했었다.
오후 5시에 H과 만나기로 약속하여 4시 반 즈음에 OO노무법인에 가서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5시 정각에 H반장을 만나러 갔다.
그는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조사 중이었는데 6시 20분이 넘어서야 그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바람에 나는 한시간 20분 동안 사무실 귀퉁이에 개처럼 쭈그리고 앉아 기다려야 했다.
나를 기다리게 하고 퇴근 시간을 넘겨 나를 맞는 태도에 의도성이 있어 보인다.
내가 또 이런 맷집에는 엄청 강하다.
쉽게 이야기해 분노 조절을 잘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거친 숨소리가 들릴만큼 화가 잔뜩 나서는 자신을 위에서 찍어 누르면 누를수록 더욱 강하게 원칙을 준수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K노무사와 짠 대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이어갔다.
'내가 일체 누구에게 부탁한 사실이 없다.
사장님이 노동장관과 가끔 만나는데 이 사건을 잘 알고 있어 아마도 이야기 끝에 자신의 신문에 대해 말씀을 나누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였다.
한참 그가 요구하는 양식에 내가 사장 기본 이력을 적어 넣고 있는데 그는 저녁 약속이 있는지 다음에 하자며 자리를 일어섰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그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몸을 최대한 낮추며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 오해가 있으면 풀어보자며 계속 그에게 다가갔다.
결국 나는 그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하고 나도 마음이 상해 돌아오면서 처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우일관에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고 있다기에 내가 그자리에 가도 좋은지를 물었더니 그러란다.
전철을 타고 삼성역에 내려 우일관으로 직행해 고량주 석 잔 얻어 마신 후 파세디나에서 생맥주를 두잔 더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윗사람이 따라주는 고량주 한 잔에 그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을 날려버릴 수 있는 나는 바보인가 달관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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