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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124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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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4(월)

새로운 처장님은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매사를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시는 모양이다.

아니면 본래 성격이 그런것 같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는 경영간부 회의가 있는 바람에 아침 부장회의 meeting이 조금 늦어졌는데 지시사항만 먼저 말씀하시고는 일찍 회의를 끝내자고 하셨다.

그중 가장 주문이 많았던 부분이 오늘도 역시 내 업무다.

경영평가 교수와의 Meeting 관련사항은 S교수가 극구 사양하므로 점심 무렵에 그를 찾아가 함께 점심을 나누고 오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K교수는 현재 해외에 나가 있고 1.31일 귀국하는데 2.2일에 假예약을 해 놓았으므로 2.1일 reconfirm 하고 함께 만나면 된다.

OO직군 불만 해소방안에 관한 지시를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그의 성격이 매우 꼼꼼하다고 생각했다.

국정원 요구자료를 전무님과 부사장님에게 보고하고 국정원에 발송하였다.

지방사원 혼인시 한쪽 지역 지방사원으로 편입시키는 규정 개정안을 부사장님 결재를 받아 확정시키고 공포의뢰 하였다.

일상감사를 받지 않고 진행하여 부사장 결재 후 일상감사를 나중에 받았다.

K 제주지사장에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했다.

메일 내용은 그가 내게 사준 책 “저기 네가 오고 있다”를 읽으면서 깨달은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저녁 퇴근길에 KY와 아우토반 생맥주 집에서 저녁삼아 낙지 사리무침을 놓고 생맥주 1500CC를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중요한 내용은 LJB과 K처장과의 특별한 관계에 관한 내용인데 KY과장이 다면평가 결과를 살펴보니 이 경우 주변 사람들은 처장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 아니고 L과장에게 화살을 돌린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의 총애를 받았으니 그렇게 평가되었을지 모른다.

나는 KY과장에게 모든 사람은 한쪽 팔이 없거나 한쪽 다리가 없거나 그 무엇인가가 부족한 사람들이기에 화려한 한쪽 면만 보아서는 안 되고 그 이면에 있는 추하고 부족한 부분까지 보면서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였다.

 

다음은 K지시장에게 보낸 메일 전문이다.

 

몸 건강히 잘 계시지요?

어제는 온 가족이 아침 일찍 산에 다녀와서 처장님이 주신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밀린 인터넷 영어 공부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겨서 절반 밖에 못 읽었습니다)

“저기 네가 오고 있다”

그 책은 온통 사랑으로 도배된 글이었습니다.

16명의 작가가 적은 사랑 이야기인데 그중 몇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사랑에 대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랑은 그 반대편에 희생이라는 아픔을 잉태하고 있다는 아주 간단한 결론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표현 같지만 그 희생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도 같습니다.

따라서 극단적 이기주의의 표현이기도 하지요.

모든 아름다운 것은 항상 그 반대편에 추하고, 어렵고 힘든 것을 내재하고 있다는 아주 간단한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사랑에 대한 희생이, 책임이 싫으면 그냥 동물적으로 육체적인 sex나 즐기라는 결론도 괜찮더군요.

************

처장님 가시는 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는 글인 줄 모르고 단지 한 해를 보내면서 낙서 한 줄 부탁하는 줄 알고

“사랑한다, 미안하다”(사실 어디서 듣긴 들은 이야기인데 머리에 갑자기 떠올라 적은 글임.

남들이 그러는데 그와 유사한 연속극 제목이 있다고 함)

라는 글을 적어놓고 이를 어쩌면 좋으냐고 KNS위원장에게 “왜 미리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처장님께 잘 말씀드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 와서 처장님이 주신 책의 의미를 새겨보니 처장님을 보내면서 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글이더라구요

(일방적인 제 해석을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사랑한다 그러니 끝까지 쫓아가 그 사랑을 함께 해야 하지만 그렇게 못하니 미안하다 뭐 이런 식의 억지 해석인 것입니다.

‘끝까지 쫓아가 그 사랑을 함께 해야 하는’ 그것은 사랑에 내재한 희생을 의미합니다. 그 희생을 못해서 미안한거죠.

이 녀석 또 억지 논리가지고 자기합리화 한다고 무어라 말씀하시지 마시고 그도 그럴법하다고 고개 한번 끄덕여 주십시오.(*^^*)

지난번에 전화 드리니 어디 다니러 가셨다고 하더군요.

금명간에 전화 한번 다시 올리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용서하세요.

근무시간 중에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저도 사모님만큼이나 처장님 건강이 심히 우려됩니다.

 

아직도 삼성동 169번지에 남아있는 조용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