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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208 루머에 쐐기를 박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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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수)

명절날 아침에 제사가 끝나자마자 나는 종중을 대표하여 한마디 하겠다고 한 뒤 준비해 간 원고를 읽었다.

읽는 중에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목이 메어 왔다.

이 자리에서 확실히 쐐기를 박아놓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기겠다 싶어 종중이 모인 자리에서 확실하게 그간 있어왔던 루머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였다.

 

[연설원고 원문]

종손을 대신해서 종중 여러분에게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님이 돌아 가신지도 어언 10년이 다가옵니다.(95. 11. 9)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이후 종중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만일 아버님이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불행하게도 너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생긴 일들이어서 자식 된 도리로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불초소생인 제게도 할아버지 때부터 대물림으로 이어져 내려온 작은 유산을 물려주셨습니다.

많지도 않은 유산입니다.

지금 예행할아버지가 사시고 계신 집터와 세주 논 다섯 마지기입니다.

이 땅을 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대물림으로 상속을 하셨고 저는 아버지로부터 상속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땅을 언제 몇대조 할아버지가 어떻게 매입하셨는지 그 구입 경위에 대하여는 정확히 모릅니다.

단지 조상 대대로 대물림 하셨고 할아버지나 아버지나 모두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평온공연하게 수십여 년 간 내 땅으로 알고 경작하시면서 소유하시다가 저에게 상속하셨을 뿐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 안 드려도 나이가 드신 분들이면 이와 같은 사실을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아버님의 유언장을 바탕으로 저희 4남매에게 상속하신 재산을 제가 직접 이전등기 하였습니다.

아버님은 1년간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종중재산에 관한 사항도 꼼꼼히 친필로 적고 저나 다른 분들께 모두 말씀도 드렸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종중 토지와 관련된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님 돌아가신 이후 그러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점 의혹이 없도록 모든 내역을 여러분 모두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별도의 대장을 만들어 여러분들에게 나누어 드렸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이 돌아가시자마자 근원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아버지를 모함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제가 누구라고 이 자리에서 특별히 거명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아주 가까운 촌수부터 먼 촌수에 이르기까지 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마치 남의 재산이나 훔쳐서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도둑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면서 제가 상속받은 땅을 종중 땅이라고 입소문 내고 다니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인 것입니다.

저는 진실이 있기에 지금까지 참고 견뎌왔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종원여러분 !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여러분들한테 도둑놈으로 매도당할 만큼 그렇게 잘못된 인생을 살아오셨습니까?

여러분의 종손이셨던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를 더 이상 도둑놈으로 매도하지 말아주십시오.

지금 그분들의 위패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이곳 사당에서 과연 그분들이 돌아가시자마자 도둑놈으로 매도할 만큼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셨는지 여러분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양조씨 직장공파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버지를 도둑놈으로 모는 것은 제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보다 더 큰 아픔입니다.

저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동네 주변은 물론 한양 조씨 직장공파 내에서도 수군수군 이야기되고 있는 일련의 음해성 소문들을 접하면서 추락하는 직장공파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이래선 안 됩니다.

아버님 연배에 계신 분들께 감히 여쭙고 싶습니다.

제게 상속해 주기 전에 세주 논과 예행씨 집 앞 터가 한번이라도 종중토지라는 이야기를 선대 어르신들로부터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제가 알고 있기로는 장자골 예행할아버지가 자신이 살고계신 집터를 차지해 볼 생각으로 사실을 정확히 모르면서 계속 허위사실을 유포하신 것이 발단이 되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유언비어를 듣고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집안 내에서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겼던 것입니다.

아무려면 우리 집안일을 우리 집안사람들이 더 잘 알지 남의집안 사람이 더 잘 알겠습니까?

그나마 작은아버님께서 그 당시 계약서 까지 찾아내시고 상세한 내역을 알고 계시기에 설명이 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부탁드리니 제발 더 이상 그런 터무니없는 일로 종중 내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도 아버님 살아생전에는 우리 집안이 인근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집안 아니었습니까?

비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만일 예행할아버지가 우리 집안에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저는 그분을 더 이상 제 땅에서 살도록 할 수 없습니다.

좋은 명절에 좋지 않은 이야기로 분위기를 어지럽혀 죄송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조용했다.

인희 아저씨는 그동안 우리를 그렇게 의심하더니 그 연설 이후로 오히려 옹호자가 되어 우리집 재산 경위에 대하여 졸졸졸 외우고 다니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한번쯤 진실에 대하여 그런 시간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함을 느꼈다.

작은 할머님에게 돈 만원을 쥐어드렸다.

작은 할머님댁 아주머니에게는 5만원을 넣어 병원에도 못 다녀왔다면서 손에 쥐어드렸다.

서울로 올라와 장인어르신과 둘째 처남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음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