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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302 보고서 때문에 잠까지 설치다니

by 굼벵이(조용욱) 202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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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2(수)

어제는 잠 잘 오지 않았다.

중간에 자꾸 잠이 깨고 깨인 잠이 곧바로 다시 들지 않아 계속 뒤척여야 했다.

경영평가 보고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잠이 깨면 계속 보고서에 대한 생각만 났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천성적으로 소심한 나여서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이다.

처장에게 받은 상처가 치명적이었던 모양이다.

J처장은 이렇다할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엉뚱하게 방향을 잡아 휘돌리는데 완전히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다.

오전 내내 보고서를 수정하고 오후 5시 경에 들이밀었다.

내일은 조직분야와 보고서를 합체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로 더 이상 뒤집지 말라는 암시를 주었다.

보고서를 폄훼하면서 계속 다시 쓰게 하여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 방법은 나도 잘 아는 흔해빠진 수법이다.

K처장에게 늘 그걸 당하며 힘들어 해왔기 때문이다.

J처장 방 앞에는 늘 사람들이 앉아 대기하고 있다.

그는 보고를 받거나 업무지시를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필요한 지시만 내리면 그런 일이 없다.

그는 내가 한 참을 대기하다 가져간 서류도 첫 장 조차 거들떠보지 않고 보고서를 두고 가라고 하였다.

LS과장의 말에 의하면 그는 월, 수요일에 서울대학교 고위정책과정에 다닌다고 했다.

그도 나만큼이나 자기계발 분야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J처장에게 보고서를 들이민 다음 기분도 그렇고 하여 곧바로 이발소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J처장이 일찍 퇴근하였으므로 나도 뒤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퇴근길에 올랐다.

저녁밥을 집에 와 먹고 영화 If Only를 보았다.

정말 좋은 영화이다.

남여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스토리가 그럴듯하다.

자기의 죽음을 알면서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설정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