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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420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니 새날엔 새 희망으로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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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4.20(수)

PK로부터 술 한잔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번 월남을 다녀오면서 양주 한 병 사왔는데 그걸 나누어먹고 싶다는 거다.

거절하기도 무엇해서 그러자고 하고 KY도 함께 불러 그를 만났다.

 

매사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천성적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나의 특성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하여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다는 것이 P가 술마시며 내게 내린 진단이다.

앞만 보고 가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로운 삶을 살라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안 되면 빨리 포기하고 돌아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 같다.

왕자병에서 벗어나 자존심도 버려야 한다.

잘나 보려는 욕망도 버리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어제 보고한 현장설명회에 대하여 J처장이 보인 태도는 KT과장과 나의 의욕을 바닥까지 완전히 상실하게 하였다.

처장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앞으로만 내달리려 하는지 모르겠다.

얼마 남지 않은 정년을 생각하면 이젠 내려놓을 때도 되었는데 무슨 욕심이 그렇게 과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전무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자기 생각과 일치하지 않으면 그는 남의 생각을 처절하게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이젠 나도 욕심을 좀 내야겠다.

KT과장에게 절충안을 제시했다.

실태점검과 설명회를 분리시키고 오전과 오후를 나누어 다니되 부산을 포함해 서울권 중부권 남부권으로 구분해서 3곳을 다녀오는 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KT과장도 처장의 그런 태도에 기분이 몹시 나빴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사항을 별것 아니라며 까뭉개며 철저하게 짖밟아 버렸으니 그도 무척이나 속이 상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다시 제안한 절충안은 그에게 또 다른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교대를 지나면서 정말 환상적인 기쁨을 맛보았다.

길가 은행나무의 두꺼운 껍질을 뚫고 터져 나오는 연초록 잎새들, 숫처녀 젖가슴 같이조심스레 터질 듯이 올라오는 철쭉꽃 몽오리가 전날의 절망을 새날의 희망으로 바꾸어간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니 새날엔 새 희망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