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30 ~ 6.6
일주일간 수안보 생활연수원에서 신입사원 1주년 워크샵이 있었다.
2개 기수로 나누어 첫 기는 5.30부터 6.1일까지 3일간 240명을, 다음 기는 6.1일부터 6.3일까지 3일간 230명의 워크샵을 진행해야 한다.
첫날부터 잠이 잘 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틀째 되는 날 목소리가 이상해지더니 다음날부터 완전히 맛이 가 심한 몸살로 이어졌다.
그래도 신입사원 친구들이 내가 진행하는 행사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덕분에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행사를 진행했다.
마지막엔 정말 너무나 힘이 들었지만 잘 참아내었다.
물론 사장을 대신해 부사장이 오셨지만 두 차례에 걸쳐 사장과의 만찬시간을 마련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과장이하 다른 직원들이 모두들 잘 해 준 덕분이다.
신입사원들은 인사에 대하여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설명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런 신입 직원들의 불만을 쉽게 평정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때로는 그들과 함께 흥분하기도 하며 공감하고 알기 쉽게 배경 스토리를 설명해주면서 나름대로 진행에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오해했던 부분들을 조금씩 이해하며 오히려 고마워하고 좋아하는 느낌을 받았다.
몸이 불편하여 함께 한 직원들과 회식자리 한번 제대로 갖질 못했다.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내게 처장은 오로지 일 걱정만 하고 있다.
화요일에 출근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해 주어야겠다.
나도 불안하고 마음이 복잡한데 자꾸 그러면 나도 힘들어진다.
그저 내가 진행하는 것을 지켜봐주고 지나친 태클이나 걸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처음엔 불신으로 시작했지만 그동안 나를 겪으면서 처장의 나에 대한 신뢰가 엄청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부터 몸져누웠다.
평소에 감기로 병원을 간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나 감기가 심했는지 인터넷에서 인근에 있는 이비인후과 병원을 검색하기 까지 했다.
다음날도 하루 종일 기침을 해 대며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잠에 취해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남규가 모처럼 서울에 올라와 전화를 했는데 나가보지 못하고 집 안에 처박혀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증조부 제사라고 엄마가 계속 전화를 해 안 갈 수 없어 집사람과 함께 평택에 내려갔다.
한 이틀 그렇게 심하게 앓고 나니 몸이 그런저런 괜찮아졌다.
안중에서 묵밥을 한 그릇 먹고 들어가 제사를 지낸 후 간단하게 제사음식으로 요기를 한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아이들은 도시락을 시켜먹고는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는데 모두들 잠에 떨어져 있다.
*****************
다음날 아침(6.6현충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우면산에 다녀왔다.
호신이가 어제 갔다 왔는데 왜 또 가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넌 어제 밥 먹었다고 오늘 밥 안 먹니?”라고 되물었다.
운동은 시간 날 때마다 수시로 하는 것이라며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녀석들을 데리고 아침 6시 30분부터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습관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 아이들과 함께 산행길에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했다.
8시쯤 집에 들어오니 집사람은 그 때까지 계속 자고 있다.
들어가 깨워 아침을 준비하도록 했다.
아이들의 바른 식습관을 위해서도 제 때 식사는 꼭 필요하다.
집사람은 어제 차 안에서 식습관에 대해 한마디 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지 아무소리 하지 않고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였다.
감자 수제비를 끓여주어 그나마 아침을 라면으로 때우는 일은 없었다.
점심부터 밀린 영어공부와 영화보기를 번갈아 반복했다.
그사이에 아이들은 내처 잠만 잤다.
공부하는 것처럼 책상에 앉아 있지만 계속 졸고 있거나 아예 자고 있다.
성경 말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를 인용해 '공부하지 않는 놈은 먹지도 말라'고 했다.
공부를 하게 하기 위해 몇 번을 깨우려했지만 헛수고여서 그냥 침대로 가 자빠져 자버리라고 했다.
특히 경신이는 잠을 견뎌내지 못한다.
도무지 말릴 수 없는 잠탱이다.
비만이 가져오는 부작용인 듯하다.
그 아까운 시간에 한루 온 종일을 잠만 자며 보낸다.
그런 그를 보는 것도 말하는 것도 답답해 죽겠다.
점심을 먹으며 또 아이들에게 한바탕 독설을 해 댔다.
주말에 집에 있을 때 아이들 공부하는 행태를 바라보면 속이 터진다.
진득하게 앉아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을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렇다고 업으로 삼을만큼 딱히 다른 무엇을 잘하는 것도 없다.
아이들 볼 때마다 속상하고 답답하다.
저녁 식사에 집사람은 닭도리탕을 준비하였다.
서로 많이 먹겠다고 싸우기에 녀석들에게 많이 먹을 만큼 할 일을 했는가를 물었다.
수학숙제도 1/4하고 무엇도 하고 ... 하면서 주섬주섬 먹어야 하는 이유를 들이댄다.
만일 아이들이 고기를 다 먹었다고 집사람이 또 한 접시 더 퍼왔다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터인데 그래도 거기서 모두들 멈추었다.
남은 음식은 어차피 아이들이 모두 먹을 테지만 그래도 한꺼번에 많이 먹겠다고 미련 떠는 습관은 고쳐주고 싶다.
영화와 영어공부를 반복하다가 일찍 잠에 들었다.
내 욕심이 지나친건지 아니면 아이들이 잘못된건지 나도 모르겠다.
인간은 아버지 뜻대로 사는게 아니고 그저 숙명대로 사는 모양이다.
아들 똥누는데 공연히 내가 힘줄 필요 없는 듯하다.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05'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50608 드디어 성주가 되다 (0) | 2023.04.28 |
---|---|
20050607 나는 미련곰탱이였다 (0) | 2023.04.27 |
20050528 장봉도 철수 (0) | 2023.04.26 |
20050527 나는 야수다 (0) | 2023.04.26 |
20050526 인사혁신방안 최종결재 (0) | 2023.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