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7(목)
임금 실무위원회가 있었다.
노조 Y국장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방방 뛰면서 난리가 아니다.
직능등급 확대를 통해 OO직 임금을 우회인상시키려는 목적으로 한껏 목청을 높여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오전 열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시종일관 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조합 입장에서 보면 나만 무너뜨리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얻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집중 공략을 이어갔다.
SJ직을 대표하여 회의에 참석한 BY은 내가 발언한 내용 중 무언가 꼬투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내가 SY직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했다며 악을 쓰고 달라 들었다.
만일 내가 그렇게 발언했다면 내 의도와 달리 ‘차별’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고 ‘차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표현에 해당할 것이라며 혹 잘못된 표현이 있었다면 정중히 사과한다고 하였다.
나와 노조측 위원들과의 관계는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는 OO직 SJ직에 대한 우대를 요구하며 3시 30분까지 계속 이어졌다.
더 이상 이야기 해봐야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고 마침 인사부장 교류회의가 있었으므로 내가 먼저 양해를 구하고 회의장을 나서 부지런히 소공동 롯데호텔로 향했다.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을 대신해서 나온 P과장의 강의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지루하고 영양가가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J교수의 시대비판은 정곡을 제대로 찌른다.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노선에 무자비한 욕설이 가해졌다.
J교수가 바라는 인사의 방향은 지난번에 들었던 강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정부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역으로 도저히 기업을 운영할 수 없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이 해외로 떠나면서 산업공동화가 이루어지고 결국 국가경제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개발 분야에 기업들이 적극 투자하여 산업 강국을 건설하여야 한다며 원론적인 주장도 곁들였다.
조직 및 인사관리를 제대로 하면 노무관리는 그냥 부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그의 말도 맞는다.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 자신이 인사정책을 수립하면서 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려 가는 듯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회사가 어디로 가야 옳은지 그 방향은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잘못된 길로 잡아끄는 노조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일선에서 자꾸만 무너지려 한다.
노조의 강한 요구를 나홀로 견뎌내기가 너무 힘들고 외로운 것이다.
노조는 절대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지 못한다.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출 뿐이다.
나는 일선에서 더 이상의 잘못된 주장이나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도록 앞장서 막아야 하지만 주변의 야유와 노조의 협박에 견디지 못하고 자꾸만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우리회사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예각을 두려워하고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확고한 자기주장을 꺼린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결국 현실과 야합하는 비열한 중늙은이로 변해가는 듯해 기분이 영 씁쓸하다.
그래도 KYS가 검토한 서류를 읽으면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K과장은 비록 내 지시와 방향을 조언받아 검토했지만 노조에 끌려가는 우리의 현실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친구들을 내가 앞장서서 지켜주어야 한다.
같은 테이블에 함께 앉은 다른 회사 인사부장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발언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 것 같다.
모두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경청해 주었고 마지막에는 정말 유익한 이야기였다며 좋아했다.
나는 그자리에서 발전분할과 관련하여 있었던 복잡다단한 일련의 무용담을 늘어놓았었다.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집으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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