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13(수)
OO대 L교수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KSJ부처장님이 붙임성 있고 주도면밀하게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갔다.
L교수가 골프를 즐긴다는 말을 듣자 이야기 주제를 골프 쪽으로 돌려 재미있게 진행해 나갔다.
그는 오늘의 대화를 위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Oakwood 일식집에서 1인당 9만 원짜리 식사에 SK과장이 별도로 준비한 50000원짜리 와인까지 곁들였다.
L교수는 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덕분에 내가 좋은 와인을 제대로 얻어먹었다.
원님 덕에 나팔을 분 거다.
L교수도 나이는 어리지만 닳고 닳은 사람처럼 보인다.
서빙하는 아가씨에게 자기 옷소매에 떨어진 양념을 물수건으로 닦아달라고 했다.
그런 경우 나는 내가 직접 닦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는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고 능글맞게 요청했고 그 아가씨는 일부러 양념을 지울 수 있는 약품까지 묻혀와 그의 소매와 배에 묻은 양념을 닦아내기 위해 박박 문질러댔다.
자리를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양념자국을 없애려고 물수건을 문질러 대는 그의 모습을 보니 L교수가 결벽성 증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우리에 대하여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업될 수밖에 없다.
L교수를 보내고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우리 끼리 the flair에서 산 미구엘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집으로 들어왔다.
일식집에서는 우리 법인카드로 100000원만 끊었으므로 미안하기도 해서 내가 한잔 더하자고 했던 거다.
Y국장을 만나고 온 KSA과장이 내게 전화를 했다.
내가 생각한대로 Y국장은 내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자격지심이다.
곡성중학교만 나온 데에다 OO직이다 보니 자기를 괄시하나 싶어 내가 말하는 내용 하나 하나가 모두 고깝게 들렸던 모양이다.
나는 나대로 그들이 실무회의에서 전제조건으로 논의된 내용을 완전히 무시해버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으므로 감정 절제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K과장은 나에게 그와 사과하고 화해하는 게 어떠냐는 주문이다.
나는 기분이 더럽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표현을 했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요즘 여러 가지로 속이 상한다.
내가 주변으로부터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처장은 처장대로 자기 목적 달성을 위하여 내게 심하게 푸시를 가하고 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꼬이는 부분이 많다.
집은 집대로 아이들 공부 걱정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모든 걸 다 내팽개치고 그냥 휴가나 훌쩍 떠나버릴까?
논문을 쓰기로 했다.
어제 근무 중에 작은 시작을 가졌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게 내 주특기 아닌가!
그거라도 위안 삼아 열심히 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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