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21(목)
처장이 불러서 처장실에 갔다.
OO직군 폐지와 관련하여 OO본부장에게 갔더니 본부장이 괜찮다고 했던 모양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처장이 노조 YJ국장을 불렀다.
결자해지라고 당신이 직접 나서서 화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당신이 본회의장에서 협상을 잘못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보니 어떻게든 당신이 직접 해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처음 하다보니 협상의 기술이 부족해 전제조건은 빼고 OO직 직능등급 확대만 먼저 동의해줘 버린 것이다.
그러고 난 뒤에 다시 전제조건을 붙이려니 Y국장이 그게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Y국장은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가 처장 방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굳어있었고 목소리도 떨렸다.
Y국장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또다시 치올라오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아무리 생각도 의리도 없는 노조라지만 사람이 어찌 그럴수가 있나 싶어 억지로 웃는 표정을 만들려고 애를 써보지만 도대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설명에 이어 내가 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하여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실무회의에서 더 이상의 직능등급 확대요청은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한 등급 더 올리기로 합의한 것인데 본회의에서 전제조건은 빼고 등급만 확대하겠다고 하니 내가 얼마나 화가 나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노조 심보 참 지저분하다.
더러워서 노조하고 일 못하겠다는 말이 입안을 뱅글뱅글 맴돌았지만 잘 참아내었다.
요즘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살아가는데 사실 속으로는 많이 고통스럽다.
그래도일부러 Y국장 손을 잡으며 노조 기획처 식구들과 식사를 하자며 속에 없는 말을 하였다.
나 자신이 자꾸만 초라한 느낌이 든다.
처장은 당신이 계시는 동안 언젠가 나를 다시 일반직으로 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너무 한 가지만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으니 두루두루 여러 가지 경험을 하라는 이야기다.
그의 그런 말 속에는 나를 사랑한다는 표현이 숨어 있다.
맞는 말이지만 시기가 잘못되면 자칫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저녁 식사를 나가서 하자고 제안하고 산골 칼국수 집에서 족발과 파전을 안주삼아 소맥을 말아 마셨다.
먼저 한 잔은 완 샷으로 돌리고 나머지는 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마시라고 했다.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폭탄을 제조했다.
다섯 잔씩 마시고 일어섰다.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보지 않고 전철역사로 들어갔다.
술자리 좌장은 빨리 사라져줘야 한다.
그래야 자기들끼리 한잔 더 하든 헤어지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제 때 일어나지 못하고 뭉그적 거리는 상사만큼 추한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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