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5(금)
처장은 1,2직급 다면평가제 도입과 관련하여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3직급까지 운영하던 현행 다면평가를 확대하는 수준으로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는 차제에 좀더 그럴듯한 제도를 다시 만들어 사장에게 어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가 불러서 가보니 그는 누군가가 그에게 선물한 페라가모 핸드 커프스를 내게 내밀면서 다면평가제도에 관한 그의 생각을 설명해 주었다.
결국 가급적 단순화 하려던 나의 생각은 벽에 부딪쳤다.
그는 매사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내가 그의 생각을 감당해 내기 어렵다.
지난번 KT과장이 술이 취해 내게 불만을 토로했던 기억이 있다.
처장이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부장들은 처장 지시를 무시하고 적당히 넘어가는데 왜 유독 부장님만 그렇게 처장에게 충성을 다 하느냐는 것이다.
나도 모르지만 아마도 타고난 성실성 때문일 게다.
제 일이나 잘 할 일이다.
제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남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꼴불견이다.
저녁에 과장들에게 저녁을 먹고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YW과장이 일을 좀더 하고 가겠다기에 그냥 일찍 들어왔다.
그러는 Y과장이 조금씩 예뻐 보인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KY과장과 YW과장은 승격동기이고 서로 경쟁적 위치에 있다.
둘의 관계가 잘못되지 않도록 평가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KT과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본을 다녀오게 해주어 고맙다며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해 주었다.
그는 그런 일에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다.
철저히 계산하고 그 결과에 맞추어 나름 배팅을 할 줄 아는 친구다.
그는 이번에는 또 MBA 교육 코스를 다녀오고 싶은 것이다.
교육을 마친 후에도 다시 인사처에서 나랑 근무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내년에 교육을 다녀와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나도 교육을 다녀와야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처장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건 그냥 꿈에 지나지않을 것이다.
K처장이나 마찬가지로 J처장도 내 공백이 너무 크고 두려워 안 보내줄 것이다.
내가 나를 생각해도 나는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절대적 헌신도 적당히 할 일이다.
남들이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우선 1년 코스를 요청해 보고 그게 어려우면 1개월 코스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일 때문에라도 그는 나를 내보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나무를 베기 위해서는 우선 톱날부터 먼저 갈아야 한다는 논리로 생각을 바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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