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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갈등

by 굼벵이(조용욱)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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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1(화)

KBI과장이 점심을 샀다.

아마도 이번 승진 시즌에 승부수를 띄운 모양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친구인데 우리 부 과장들과 함께 다도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한 것이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제가 자연스럽게 불교이야기로 돌아갔다.

아마도 텐진빠모의 마음공부가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이를 과장들에게 이야기해주자 많은 사람들이 상당부분 공감을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삶은 끊임없는 구도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종교가 결국 자기구제라고 결론지었다.

스스로 깨우쳐 자신에게 주어진 잘못된 인간 속성에서 벗어나 부처의 세계로 입문하는 자기구제의 과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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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과장도 죽음을 경험한 사실이 있었다.

그는 군 시절에 화장실에서 쓰러져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죽음의 순간에 파노파마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자신의 지난날들의 영상들이 있었다고 했다.

나도 전에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을 때 최근의 기록들부터 시작해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과거사 영상들이 거꾸로 지나갔던 것을 기억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은 축복이라는 이야기도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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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입원을 하셨다.

평택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작은 누나가 가 있다.

오늘 저녁에 가 보려다가 작은 누나가 오늘은 가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와 안가기로 하였다.

그런 저런 것들이 궁금해서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길래 작은 누나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더니 작은 누나가 내게 말 해 주었으니 궁금한 것 있으면 내게 물어보라고 했던 모양이다.

한마디로 너와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완곡한 표현이다.

많이 섭섭했을 것 같아 저녁에 퇴근하면서 맥주라도 한 잔 하자고 할까 하다가 그냥 집에서 하기로 하고 들어가 이야기를 했더니 집사람은 오히려 잘 된 일이라며 별로 서운해하는 기색이 없다.

그런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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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팀의 KCY과장이 아무런 사전 약속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나 자신들이 만든 워크샵 교재를 보여주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기도 안찼다.

그들은 ERP라는 이름을 빌어 인사혁신을 도모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인사혁신은 그렇게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RP는 그냥 단순한 전산 시스템에 불과하지 인사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들의 생각이 개선인지 개악인지 아무런 의식없이 시중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주어와 우리 회사에 적용해야 한다며 들고왔다.

직무권한이 무엇인지 개념도 모르고 주제넘게 넘나드는 사람들이다.

이친구에게 조목조목 설명해주며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허구성과 비현실성을 지적하였다.

덕분에 바쁜 내 시간만 두어 시간 넘게 빼앗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