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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류현재)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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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족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이렇게 속속들이 파헤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孤島에 살고 있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모든 섬이 다 그렇듯이 나무와 풀과 바위로 뒤덮혀 겉으로 보면 그섬이 그섬처럼 보이지만 내막은 모두 다른 고도다.
하지만 물 밑에서는 고도들이 가족처럼 모두 연결되어있다.
아무리 소통을 잘하는 인간도 남을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다.
가족은 한 집에서 나고 자라 쉽게 이해될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나의 본성, 주관, 페르조나로 상대방을 아주 견고하게 변함없이 정의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이런 사람, 엄마는 저런 사람, 큰애는 그런 아이로 서로가 서로를 각인하고 그걸 벗어나려하지 않는다.
난 옛날의 내가 아니(I'm not the man I used to be)라고 주장하다 지쳐 그냥 상대방 생각에 맞춰 사는 게 가족이다.
그러면서 오해의 폭은 증폭되고 궁극에는 남보다 못한 잔혹사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잔혹사로 이어진 가족간 오해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그렸는데 소설이어서 오해라고 그렸을 뿐이다.
사실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생각이 오해였다고 바로잡지 못한 채 죽는 게 인간이다.
내 부모님 老病死 과정도, 부모의 병수발을 경험하는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간접경험해 알고있다. 
자신은 절대 그렇게 추하게 죽지 않을 것처럼 말하지만 그건 육체고 정신이고 멀정할 때 이야기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 부모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 뿐일 게다.
리차드 도킨스의 견해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생존을 위해 누구나 부모살해, 형제살해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소설 속 각 가족들의 생각은 그나마 많이 미화되고 각색된 것이다.
현실은 그보다 더 잔인하고 패륜적인 생각들로 채워져 있을지 모른다. 
친구님들께 진심으로 일독을 권한다.
깊숙히 공감되어 재미있는 데에다 20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 읽기도 쉽다.
작가 류현재는 지금 남해에서 반은 작가, 반은 어부로 생활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해서 더욱 인간적이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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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계실 때 효도 해라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죄다 효도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해본 사람들이야.
해 봤으면 그게 얼마나 징글징글한 건지 기약 없는 지옥인지 아니까 그런 말 못하지
그래서 세상에는 효도 하는 사람들보다 후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야
그게 효도 보다 훨씬 더 쉽고 짧으니까
나도 빨리 좀 그래 봤으면 좋겠다
눈물 질질 흘리면서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 할 걸 그렇게 후회하는 날이 제발 하루라도 빨리...

인간의 몸은 그렇게 새것처럼 만들어 쓸 수 없는 거라고 
흡연 음주 과로 비만보다 우리 몸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 나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노인들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다
죽음은 삶의 일부일 뿐이니 두려워 말고 기꺼이 껴안아야 한다고
김현창의 나이 때에는 김영춘도 똑같은 말을 했었기에 자신은 아직 죽음을 껴안을 만큼 늦지 않았다 소리치는 그 교만과 오만함이 괘씸했다 
죽음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픈 게 당연해요 
그런소리 말고 차라리 엉터리 사기꾼이 파는 신비의 명약이라도 사와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낫고 죽지 않는데요 해 주길 바랐다 의사이기 이전에 내 자식이니까

부모가 더 늙고 약해질 수록 자식들은 더 냉정해졌다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 누구나 알고 있는 징글징글한 가족이야기를 왜 쓰냐는 질문을 받은적이 있다 
내 대답은 대신 말해 주고 싶어서다 부모가 늙고 병들게 되면 어느 가족이나 거쳐야 하는 고민과 선택의 순간들 길고 긴 간병의 세월 동안 겪게 되는 고립감과 외로움 다른 형제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 죄책감 분노 가족이란 말만 들어도 치밀어 오르는 피곤과 실증에 대하여 당신만 이기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당신네 가족만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