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감탄을 금치 못하는 책이라고 해서 일부러 도서관을 검색해 빌려보았다.
포스텍 화학과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석사인 작가 김초엽(1993년생)이 쓴 소설이다.
화학도가 어떻게 소설을 쓸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시인인 엄마의 영향이 큰 듯하다.
이 소설집엔
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2. 스펙트럼
3. 공생가설
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5. 감정의 물성
6. 관내분실
7. 나의 우주영웅에 관하여
가 실려있다.
난 본질적으로 SF 소설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겐 쉽게 읽혀지지 않는 소설이다.
내가 모르는 광범위한 미래 공상과학의 세계를 다양하게 그렸는데 마치 만화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갑자기 든 생각은 나 이외의 모든 타자는 외계인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주를 탐험하고 외계인에 관해 연구하듯 외계인도 같은 생각으로 우리를 탐험하고 연구할 것이다.
'공생가설'에서 특히 그런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외계인과 같아서 서로가 서로를 마음 속으로 연구하고 판단하며 관계의 끈을 이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외계인을 알 수없듯 타자는 내가 판단한 타자일 뿐 본질로서의 타자가 아니다.
또한 타자도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판단하며 정의한다.
가족이고 이웃이고 아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소설 속 외계 생명체와 진배없이 각자 서로를 연구하고 판단하고 정의하며 살아간다.
망망대해에 보이는 섬들처럼, 우주에 떠있는 별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이다.
젊은 친구에게서 많이 배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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