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척이나 나무를 좋아한다.
아침 출근길이 아무리 바빠도 나무와 인사하고 싶어서 우리 아파트 옆 작은 공원(웃말공원) 산책로를 가로질러 버스 정거장으로 갈 정도거든.(대중교통 이용 : 국가 시책을 잘 준수하는 모범시민)
어떤 때에는 나무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환상까지 느낄 정도야.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나무가 우람한 자태로 우뚝 서서 말없이 나를 응시하는 모습을 바라볼라치면 나는 한없이 작아짐을 느끼고 또 그 안에서 아늑한 안도감도 느끼지.
그런데 나에게 우연히도 넌 나무로 시작하는 글을 보내주었어.
사실 눈물이 날만큼 감동이 밀려오는 그런 글이더구나.
마음으로 쓴 글이기에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가봐.
누군가는 나비처럼 살고 싶다고 했지(고등학교 때 찰스 램의 수필에서 본 것 같아)
나비는 가장 징그러운 애벌레 시절부터 살다가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으로 죽거든.
그런데 우린 가장 진실 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살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늙고 병들어 결과적으로는 가장 추한 모습으로 죽어가거든.
그런 우리가 이제 벌써 중늙은이가 되었어.
일본기업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45세를 모든 능력이 최고도로 발휘되는 정점으로 보거든.
그래서 이를 기점으로 능력이나 임금의 하향 또는 수평곡선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어.
하여간 우리는 지금 거기 와 있어.
뒤돌아 보아 남는 것은 허망함 뿐 이고 앞은 예측할 수 없는 절망감 뿐이다.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 하더라고.
늙어갈수록 친구관리 잘하라고.
찌든 서울의 삶 속에서 현실에 충실하다가 보니 하나 둘.....모든 것이 자기도 모르게 잊혀져 가더라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버지는 참으로 행복하게 삶을 마감하신 것 같아.
아버지 돌아가실 때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주변에서 축복을 해주셨는지.
친구야!
우리 그렇게 살자.
얼굴에 검버섯 피고 한없는 외로움을 느낄 때 언제든 찾아와 대포 한잔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자.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전화 한 통 없어도 마음으로 깊이 깊이 사랑보다 더 깊은 우정을 쌓아 가자.
솔직히 요즘 나는 엄청난 갈등의 회오리 속에 있거든.
정부 시책으로 발전부문을 분리함에 따라 35000명 중 15000명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 가운데에 서서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했어.
대부분 내가 계획한 대로 분리시켰지만 아직 230여명이 이를 거부하며 남아있고 지금은 이들에 대한 정리해고까지 계획 중이어서 사실 심리적으로도 많은 갈등을 느끼고 있지.
더군다나 과장 12년 차에 승진 출사표 한번 제대로 내보지 못하고
(친구도 잘 알겠지만 우리공사는 정치권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거든)
그냥 시키는대로 개처럼(犬馬之勞) 일만 하려니 참으로 고통스럽다.
내년을 기약하며 얼굴에는 웃음을 띄우고 있지만...
사설이 길었다.
일간 만나서 대포 한잔 하세나.
그리고 영전을 축하한다.
2002. 1. 15.
삼성동에서 용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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