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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218 그해 설날에

by 굼벵이(조용욱)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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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18(일)

종중 합동제사를 지내러 가기 전에 먼저 작은 아버지 댁에 들렀다.

이번 명절에는 아무런 선물도 사오지 못해 용돈을 조금 드렸다.

제사 중에 경박스럽게 용협이가 내게 자꾸만 쓸데없는 말을 건넨다.

내가 말하기 편해서 그러는 모양이나 영 들어주기가 불편해 슬쩍 자리를 옮겼다.

녀석이 아침나절부터 또 술에 절은 모양이다.

(그러더니 결국은 알콜중독으로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아니 그에게는 오히려 행복한 죽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일 알콜중독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에게는 더욱 혹독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사를 지내고 용범네 집에 갔다.

아주머니에게 용돈을 드리려고 돈을 꺼내어 꼬깃꼬깃 앞주머니에 넣고 방문을 열었는데 여러 식구가 모여 식사중이다.

수원에서 많은 손님이 온 것 같다.

아주머니는 대장암을 앓고 계신데 용범이 말로는 10년 전 즈음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한다.

수술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그냥 돌아가시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용범이와 용국이형 형제가 암에 좋다는 것을 모두 가져다가 드시게 하는 모양인데 요즘은 황토와 백토를 먹고 있단다.

황토보다는 백토가 7~8배 원적외선이 더 강하다고 한다.

 

작은할머님 댁에 아저씨를 뵈러 갔다.

아저씨는 먹고 자고 누워만 계셔서 그런지 얼굴에 살이 통통하다.

몸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운동량이 부족하면 식사량을 줄이고 책을 읽던가하는 식의 정신노동이라도 해서 열량을 소비해 살찌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명절에 선물도 못 사왔다며 용돈 조금 바지주머니에 넣어드렸다.

 

(이런 시절들이 있었는데 이사람들이 종가를 아작내고 종국에는 형을 치매로 만들어 죽어가게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피보다 진하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자본주의의 속성이고 이에 물든 사람들의 정신세계일 뿐이다.

학이시습을 통해 그걸 넘어서 보다 숭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우선 나부터 그게 쉽지 않다.)

 

점심을 다시 차려 먹고 서울로 향했다.

길이 좀 막히는 바람에 3시간 가까이 걸려 시흥 처가에 도착했다.

저녁으로 장인어른과 함께 경주 법주를 마셨다.

너무 많이 마셨는지 몸이 불편하다.

저녁 10시나 되었을까 장인어른이 자리를 보아놓으시고는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 나에게 가서 자란다.

그 때부터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자다 새벽 서너시에 깨었는데 이후 도통 잠이 안 온다.

책을 읽으려니 다른 사람들을 깨울것 같아 그냥 잠을 청해 억지로 누워있었다.

KJY노조위원장이 벌인 사건이 잠을 영 설치게 하는 모양이다.

사람의 가슴 속에 근심이 도사리고 있으면 그것이 육체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정신과 육체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모양이다.

책에서 배운 대로 과거와 단절하고 현재에만 집중해 살려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