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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528 일진 최악의 날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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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5.28(월)

HW가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나 지방사원 제도를 제 멋대로 바꾸는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것도 이미 사장 사인이 난 보고서다.

지방사원이 중앙사원과 결혼하면 지방사원 라벨을 떼는 내용이다.

그것은 지방사원 제도를 폐지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독이 바짝 올라 이미 제자리로 돌아가 있는 H과장을 다시 불러 호되게 야단을 쳤다.

변명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내 귀에는 구차한 자기방어 이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모른다.

직무권한 상 제 직무도 아닌 내 직무를 제멋대로 사장 사인까지 이미 내고 내게 서류를 던지니 월권이 도를 넘었다.

 

처장과 함께 부사장 방에 가서 승격제도 개선과 관련된 보고를 했다.

처장이 나를 도와주기 위해 특별히 배려한 것이다.

M부사장은 예전의 그 부정적인 태도에서 바뀌어 많이 부드러워져 있다.

참 다행이다.

내게 몇 번 쫑코를 주고 나서 자신도 조금 미안했던 모양이다.

다행히 부사장 보고도 잘 끝났다.

그동안 내게 가지고 있던 부정적 생각 상당부분을 바꾸었다.

그가 요상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안을 할 때마다 그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예를 들어 또박또박  설명하니 스스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도 내가 인사전문가임을 스스로 인정했고 그러기에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오히려 그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답을 얻게 되었다.

전무의 승진추천 권한을 없애라는 지시까지 했는데 이는 정말 잘한 일이다.

 

저녁에 퇴근시간 지나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KT부장이 나타나 또 내 속을 뒤집었다.

가뜩이나 화가 나 있는 내게 와서는 중앙사원과 결혼하면 지방사원 딱지를 떼어주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냐며 내게 따져 물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지만 참고 또 참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없다.

제가 내 위에 군림하려는 생각도 아닐 거고 내 일을 가로채려는 생각이 아니면 조용히 있을 일인데 오히려 나서서 잘났다고 큰소리를 친다.

나중에는 사장 지시로 그렇게 했단다.

증거를 가져오라고 했더니 홍과장을 불러댄다.

H과장은 자신 없는 소리로 사장 지시를 인정한다.

내가 보기에는 거짓임에 틀림 없다.

그게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사실을 주장하며 밀고 들어왔지 주눅이 들어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겠는가!

비록 그것이 사실이라도 내 업무영역인 것을 자신들이 제 멋대로 처리 해 놓고 내게 잘난 척 떠드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결국 화가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큰소리를 냈고 KT는 왜 큰소리냐며 같이 화를 내고 가버렸다.

내가 제 소속인줄 아는 모양이다.

고등학교 4년 후배면 얼굴도 못 쳐다보는 대 선배다.

그런 녀석이 나와 함께 근무하는 과장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깔아뭉개면 내 지위나 체면은 어찌 되는가!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고 과장들이 한잔 하잔다.

KJW부장과 약속이 있었으므로 과장들과 함께 만나 소주를 마셨다.

집에 가는 길에 PSK과장이 택시비로 3만원을 넣어주었다.

집에 오니 이번엔 집사람이 시비다.

하도 화가 치밀어 올라 화장실 벽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 소리가 안 들릴 줄 알았는데 바깥으로 들린 모양이다.

집사람이 놀라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혼자 있고 싶다고 내 보냈다.

마냥 죽어만 지내지 말고 때론 화도 내면서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