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퇴근을 했는데 집사람이 호신이가 집을 나갔다고 한다.
오늘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인데 녀석이 온종일 PC방에 가서 살았던 것 같다.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녀석이 그런 행태를 보인다는 걸 이해할 수 없자
"하루 종일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집사람이 따져 물었더니
이녀석은 친구 이름을 대며 그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집사람이 어디 보통 사람인가?
그 친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호신이와 만났는지를 물었더니 안 만났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호신이 녀석이 거짓말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고 솔직하게 PC방을 다녀왔다고 고백하자 아빠에게 이르겠다고 하니 그럼 나가겠다고 하고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사람과 맥주 한 캔씩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사람은 작은 누나가 했던 방식을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등교하려는 녀석을 거실에 앉히고 집사람과 함께 그 녀석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용서를 빌었다.
“미안하다.
아빠가 잘못했다.
아빠가 널 정말 잘 못 키웠다.
내 아들이어서 잘 키워보려고 수많은 노력을 해 보았지만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더구나.
좀 더 어릴 때 했어야 했는데 뒤늦게 해 보려니 더욱 안 되는구나.
미안하다.
아빠가 아빠 위주로만 생활하다보니 널 제대로 돌보지 못 했다.
아빠가 널 낳고 지금까지 한 번도 울어보지 않았는데 오늘 네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정말 미안하다.”
했더니 녀석이
“그만하세요.” 하면서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일어나 녀석을 안으면서
“사랑한다.”하고 속삭였다.
집사람도 같이 나처럼 호신이를 안아주었다. (2008.9.17)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0930 전력연구원 혁신 관련 갈등관리 (2) | 2024.05.13 |
---|---|
20080919 사장이 결국 손 들었다 (1) | 2024.05.13 |
20080916 조직생활 돌다리도 두드려야 (0) | 2024.05.12 |
20080912 범인을 잡아냈습니다 (0) | 2024.05.12 |
20080911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0) | 2024.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