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9.30
어제 대전 전력연구원엘 다녀왔다.
전력연구원 운영규정을 없애고 이를 통합하여 인사규정에 핵심사항만 넣고 나머지는 지침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인사처장은 자신이 연구원에 근무하던 시절의 연구원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다.
그래서 틈만 나면 전력연구원에 대한 혁신을 부르짖는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이를 바로잡으려해도 그는 아예 귀를 닫아버린다.
인사규정 마저도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한다.
어느 나라나 나라에 헌법이 있고 회사엔 사규가 있으며 규칙엔 신성불가침의 철칙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마져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그는 규정 간소화를 이유로 이런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억지를 부릴 것이 예상된다.
자신이 떠난 이후의 사태에 대한 책임도 지지 못하면서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듯해 걱정이다.
그동안 철칙을 지키려는 나를 수없이 짓밟았다.
하지만 곧 그게 아님을 알고 잠시 미안해했다가도 또다시 나를 의심하며 내 생각을 꺾으려 한다.
그나 나나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는 편집증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일하긴 쉽지 않다.
특히 그런 사람이 매니저나 리더로 일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부하직원에게나 더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듯하다.
내가 전력연구원에 가서 설명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을 때도 그는 무슨 설명회냐면서 그냥 밀어붙이라고 손사래를 쳤었다. 나는 그래선 안 된다고 강하게 우겼고 그래서 결국 어제 대전으로 출장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더 골치 아픈 일은 KHY경영연구소장의 아전인수격 생각이다.
연구소 KHC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아침 간부회의에서 경영연구소장이 그 일로 노발대발 했다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씹고 다닐지 모르니 힘들더라도 와서 한번 설명을 해 주라는 정보를 주었다.
KHY는 수석 을급으로의 승격에 본사 승격심사위원회가 개입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경영연구소에는 수석을급 승격예정인원을 미리 배정해 주고 자신들이 승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전무후무하다면서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오히려 역정을 내면서 자신이 승격시켜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업장이 다 통합해서 경쟁을 하는데 경영연구소만 승진소요인원을 별도로 배정하기는 어렵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나보고 승진을 책임지란다.
정말 웃기는 막무가내다.
우리회사는 그런 사람들이 승진도 잘하고 승승장구한다.
성격이 급하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조증 환자들이 경영자로 성공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방향만 맞으면 그말도 맞는 말이지만 대개의 경우 이런 사람들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만 곳에 깔린 지뢰밭에서 전사하기 십상이다.
인사처장도 경영연구소장도 모두 그런 부류가 아닌가 싶다.
나는 편집증 환자인 P에게 데일만큼 데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안타깝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애를 쓰며 노력을 해도 마음만 상할 뿐 그들을 감싸 안기가 어렵다.
어쨌거나 전력연구원 설명회는 잘 끝났다.
일을 마친 후 연구원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천석과장이 나의 회의 진행방식을 보고 감탄을 한다.
정말 기가막히게 위기상황들을 잘 넘기더라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일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직관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연과장이 집 앞에까지 바래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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