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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1113 호신이 수능 전야에 생긴 일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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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3

처장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 같다.

그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가지 주장을 하지만 나는 그의 말과 행동 속에 흐르는 맥을 파악할 수가 있다.

그는 비교적 자기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사람이 참 진솔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자기 감정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하지만 진솔성이 꼭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을 자주 내비친다.

어쨌거나 그를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정년연장과 관련된 문서와 직급체계 단순화, 직군 폐지에 관한 내용을 보고했다.

 

호신이 시험 때문에 일찍 들어왔다.

호신이도 없고 집사람도 없다.

그런데 집 안에 불은 환하게 켜져 있다.

먹을 것이 없어 저녁으로 라면을 한개 끓여먹었다.

아홉시 경에야 밖에 나가있던 호신이가 들어온다.

저녁을 먹었는지 물으니 적당히 얼버무린다.

다시 확인하니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저녁식사를 때웠단다.

내일이 수능 시험일인데 그러고 다니는 그녀석도 문제지만 엄마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회사 일이 바빠 늦는단다.

싱크대 위에는 또래오래에서 주문한 통닭 포장용기가 있다.

열어보니 두 조각 남아있다.

내일 수능시험을 보는 아이에게 따뜻한 저녁식사 한 끼 제대로 해 주지 못하는 집사람에게 화가 났다.

우리 애는 매일 그저 빵이나 튀김, 시리얼 따위를 먹거나 편의점 같은 곳에서 사발면 따위를 먹는 것 같다.

집사람은 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려 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다른 이유를 찾아 다른 탓으로 돌린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과장들이 우리 아이의 합격을 기원하며 화과자를 사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아이에게 우황 청심원을 사다주었다.

아이들은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 보면 꼭 먹여야 할 것 같다.

내가 초급간부 임용고시를 볼 때에 우황청심원으로 인해 시험에 집중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요즈음 날씨가 정말 고맙다.

그리 춥지 않고 적당히 차갑다.

그밖에 오늘 또 고마운 일은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