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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209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배틀 그리고 호신이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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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9().

지난 금요일에 임청원 부장의 메일을 받고 많이 고민했다.

내 생각만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양한 생각들을 수렴하고 그들의 생각도 존중해 안에 담기로 했다.

가뜩이나 고집이 세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아무리 내 생각이 옳다고 해도 굳이 혼자 독박을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누구 생각이 옳은지 확인시켜줄 필요도 있고 해서 보고서를 완전히 다시 써 3개 안을 만들었다.

하나는 평소의 내 소신대로 80%는 고졸수준 지방사원으로 뽑고 20%만 대졸 중앙사원으로 하자는 안이고,

두 번째는 충원팀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필요한 부서만 몇몇 그것도 대졸로 지방사원을 충원하자는 의견이다.

세 번째는 절충안으로 모든 신입사원을 지방사원으로 뽑되 전문대졸 수준 정도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TDR 과제에 넣어 금년 상반기 중 확정하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시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임부장과 함께 이를 설명하러 처장님 방에 들어갔다.

혼자만 들어가면 나중에 딴소리가 나올 수 있고 따라서 누명을 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보고를 받던 처장은 내가 배경설명을 하자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지나칠 정도로 당연하게 내 안을 스스로 제안하고 말았다.

미처 다른 안을 설명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내가 제언한 방향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정상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가져야하는 사고방식이다.

아마도 권태호가 불만이 많을 것이다.

그는 사실 지방사원 제도를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퇴근길에 장충 왕족발 집에 들렀다.

과장들과 어울려 소주 한 잔하고 들어왔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이틀 연속 테니스를 마친 후 회사 사무실에 출근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사무실에 들러 책을 보든, 영화를 보든 일을 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 이틀에 걸쳐서 검토해보니 정부 경영평가보고서가 너무 엉터리다.

가슴이 답답하다.

경영평가팀 한규원 차장도 보고서에 관한 평을 하는데 그리 좋게 평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부 평가에서도 꼴찌를 면하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아침회의 때 차장들에게 한바탕 싫은 소릴 해야겠다.

호신이는 OO대 OOO학과에 예비자로 합격했다.

그러고는 녀석은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집구석에 붙어있질 않는다.

일요일은 내가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친구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서는 아이와 마주쳤다.

매일 친구를 만나 무얼 하며 보내는지 몰라도 녀석의 행태는 갈수록 꼴불견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걸 진저리를 칠 정도로 싫어하는 집사람에게 아침 식사때마다 하는 잔소리에 대하여 미리 양해를 구해 놓았다.

그 시간이 아니면 아이를 만날 수도 없고 훈육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녀석은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친구들과 우루루 몰려다닌다.

또래집단이 잘못 형성된 거다.

거기다가 학습동기도 없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왜 대학을 가야하는지 따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녀석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녀석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냥 우이독경이다.

말로만 대답할 뿐 실천이 없다.

방안 침대 구석에 아직도 Masturbation 찌꺼기 휴지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다.

그 정도면 아예 수치를 모르는 변태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녀석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먼저 지난번 지시했던 대로 군에 가기 위해 병무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예상대로 대답은 노였다.

방안 청소하란 이야기를 들었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노였다.

울화가 끓어올랐다.

너 같이 수치를 모르는 놈들이 나중에 바바리 맨이 되는 거야 임마!

아빠는 고등학교 까지만 책임을 진다.

만일 공부를 더 하겠다면 수도권 대학을 조건으로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 해줄 수 있다.”

병무청 홈에 들어가서 군 입대 지원에 관하여 알아볼 수 있어 없어?” 라는 질문에 라는 답변을 해서

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묻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하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녀석은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물을 마시는 척하면 밥상머리를 차고 일어나 물을 따르러 싱크대 쪽으로 갔다.

오만상을 찡그리고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무언가 곧 터질 것 같다.

녀석은 밥을 먹자 마자 또 곧바로 잠자리에 든다.

나는 다시 핏대를 올리며 녀석의 방으로 들어가 이제껏 식후에 이 닦는 작은 습관하나 제대로 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나무랬다.

녀석은 또 오만상을 찡그린다.

스스로 지각하지 못하면 개나 돼지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반복적 행동학습을 통한 습관화를 위하여 개나 돼지를 조련하듯 학습 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내가 죽기 전에 이녀석이 올바른 생각지도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살길 바랄 뿐이다.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오직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이가 스스로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생각지도를 갖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