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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224 경영의 본질은 사람관리야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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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어제 정리하려다 다하지 못한 워크샵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

사장님은 철저하게 잭웰치를 모방하고 있다.

잭웰치가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인다면 우리 사장은 동네방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가며 죽인다.

강한 열정과 추진력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이 60년대나 70년대라면 이런 경영스타일이 날개를 달았을 것이다.

만일 지금이 경제공황 상태가 아니라면 심한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X이론에 기반한 이런 식의 고전경영은 오늘날의 스타일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면 지금 우리에게 닥친 어려운 경영환경에 부합하는 경영자 일지도 모른다.

결과에 대한 논평은 그가 떠난 후에 이루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모든 게 그냥 용두사미로 끝났기 때문이다. 

경영은 탑다운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었다.

경영의 본질은 사람관리다.

종업원의 역량을 함양시켜 직원들 스스로가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지고 스스로 일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공포경영을 통해서는 절대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사장이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이 그사람 잘 나갔다며 야유 섞인 박수를 쳤을 뿐 각종 경영지표가 좋아지지도 직원의 능력이나 질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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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어제 강연회에서 사장님은 말씀 말미에 잔칫상을 벌여놓았으니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라는 주문을 했다.

요즘 김정일은 먹을 것에 굶주린 인민군에게 이와 비슷한 형태의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이런 식의 사고가 이런 식의 경영을 부르는 거다.

갑자기 우리가 인민군이 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점은 배가 고프지 않은 아니 배부른 인민군이어서 문제다.

체육관에는 박노천 원장이 연수원 식구들과 함께 정성껏 음식을 마련해 놓았다.

통돼지 바비큐를 구워 살코기를 뜯어놓거나 썰어놓았고 각종 나물무침을 찬으로 곁들여 놓았다.

사장 강연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배가 고파 나는 허겁지겁 술에 안주를 퍼부었다.

그런 와중에도 불평의 소리 한마디 없이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사장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술을 마셨다.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하는지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위하여를 수없이 제창하고 있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처장님이 혹시나 홀로 외롭게 지내지 않을까 걱정되어 111호실에 가 보았다.

마침 사장님 호출이 있어 나가신단다.

아마도 거기서 사장이 처장들 모아놓고 폭탄주 몇 잔 돌리겠지.

처장님 나가시는 것을 보고 내 방에 올라오니 방엔 아무도 없다.

다시 로비로 나와 잠시 앉아있으려니 장항지점장 진종한 부장이 지나가면서 '충남본부가 모여 술 한 잔 하러가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그가 보내 준 시집을 가끔 읽어 보았는데 시에서 바다냄새가 물씬 피어오르기에 그런 감상을 말해줬더니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진부장은 “등단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되묻는데 사뭇 진지함이 어려 있다.

"그럼요, 당연하죠."

그 덕분에 내려가 맥주 한 병 마시고 너를 사랑해노래 한 곡 부른 후 백재현 팀장 호출을 받아 숙소로 올라왔다.

111호에는 처장님이 계셨지만 한 잔 더 하자는 백 부처장의 권유에 손사래를 쳤다.

더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곧바로 내 방에 올라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잠이 깨었다.

목욕탕에 내려가 목욕을 하고 7시에 아침식사를 한 후 등산을 했다.

조령관문 제 3 관문에서 출발하는 코스여서 무릎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아 좋다.

길에는 눈이 아직 녹지 않고 뽀송뽀송한 채로 쌓여있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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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기들 몇몇이 모이면 언어의 유희를 벌이는데 정말 화려하다.

이회창 김시호 오성식 삼인방의 언변은 알아줄만 하다.

그 유희 한가운데에서 웃고 떠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무리 동기지만 편하게  말을 놓지도 그렇다고 높히지도 못한다.

대부분 나보다 2~3년은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부분 재수를 한 데에다 나는 군경력이 1년 짧아 먼저 대학을 졸업해 같이 입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반 하오하면서 끼어들어 함께 그 유희를 즐긴다.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오는 바람에 324호 객실에 내 지갑과 명함케이스를 두고와 최성진 차장에게 전화를 해 가져다달라고 했다.

마침 그가 서울로 올라오는 날이어서 당직실에 전달했고 장병문 차장이 당직자로 전달받아 나랑 통화한 다음 사무실 내 책상 설합에 넣어놓았다.

 

다음날은 테니스를 한 후에 사무실에 들렀다.

이명환 차장이 검토한 평가제도에 문제가 있어 처음부터 내가 다시 Redesign 하는데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이차장에게 지시할 내용들을 정리한 후 바로 퇴근해 영화를 두 편 보았다.

로큰롤 인생” 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게 할 만큼 깊은 감명을 주었던 영화다.

출연자 모두 73세에서 93세까지의 노인으로 구성된 그룹 밴드 합창단이다.

연습 도중 2명이나 죽음을 맞아야 했던 실화라고 한다.

늙고 병들더라도 이렇게 그 무엇인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아 즐겁게 살아가는 인생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생이다.

그런 의미에서 칼 로저스의 '인간은 자아실현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주장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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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무척 바빴다.

우선 승격제도와 초간고시 제도에 대한 보고서를 꼼꼼히 다시 훑어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정부 경영평가보고서까지 검토해야 하니 바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준원 차장이 단체협약 대응자료까지 가져다주니 거의 질식할 지경이다.

암튼 마음속에 생각했던 업무 스케줄에 따라 차근차근 착실하게 순차적으로 검토를 진행했다.

먼저 승격제도와 초간고시 제도에 대한 TDR 리포트를 33일 오후 3시에 TDR 룸에서 하기로 하는 일정보고서를 처장님에게 보내드리고 처장님은 사장님께 이를 메일 전송했다.

다음은 경평 보고서를 검토하는데 오후 3시에야 끝났다.

곧바로 지하 TDR 룸에 내려가 한 시간 가까이 팀원들과 대화를 나눈 뒤 간부 승격제도에 관한 보고서를 교정하기 시작하여 저녁 8시 반까지 초간제도까지 교정을 모두 마쳤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와 집사람과 두부구이에 더덕주 두 잔을 마시고 달콤한 잠을 청했다.

힘들게 일하고 달콤한 잠에 빠지는 것 그게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