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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309 TDR 발표회 그리고 인턴사원 면접관 지도점검 출장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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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지난 3일 사장을 모시고 TDR 발표회가 있었다.

초간제도 개선과 평가제도 개선은 사장이 흔쾌히 받아들여 결론을 맺었지만 승격제도 개선은 여지없이 박살나고 말았다.

승격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이어서 어느 사장이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신임 사장이 올 때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제도개선을 요구한다.

누군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승격시켜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걸림돌이 있다면 제도를 바꾸면서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사장에게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거나 아니면 너무도 생소한 우리 문화를 깔아뭉개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발표가 끝나고 전무님과 처장님이 참석하는 저녁 회식자리가 있었다.

고생했다며 전무님이 사시기로 했지만 내가 우리 카드로 계산하게 했다.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출장길에 올랐다.

첫차인 아침 새벽 5시 반 우등고속 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아침 식사를 제대로 못해 정차구간에서 우동 한 사발을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광주 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타고 본부에 들어가니 910분이다.

정종필 본부장이 나를 열렬히 환영하며 극진히 대해주었다.

함께 테니스를 하며 다진 우의도 있지만 급여부장 시절 김대성 부장과 박충보 과장 등과 함께 어울려 소주잔을 나누던 옛 정 때문일 게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베푼 작은 정성에 깊은 감동 받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아주 큰 것보다 작고 섬세한 배려가 훨씬 세상을 따듯하게 한다.

시험감독하라고 나를 보냈지만 면접위원의 면접내용을 감시하는 것은 서로 불편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기에 바람직스럽지 않아 몇 차에 걸친 면접 성향만 점검하고 시험장을 나와 버렸다.

담양의 죽녹원과 정철선생의 식영정을 거쳐 무등산을 넘어 저녁식사 장소에 합류했다.

정종필 본부장이 나랑 한 잔 하기 위해 존워커 블루 라벨을 가져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다.

술 맛은 잘 모르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이미지 상으로 좋다.

그걸 한 병 다 비우고 소맥 몇 잔을 마신 뒤 생맥주집에서 생맥주 한 잔씩 하고는 성중이랑 호텔로 들어와 맥주 4병을 더 마셨다.

졸려 죽겠는데 성중이가 그걸 다 마셔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 결국 다 마셨다.

병도 640미리짜리 제일 큰 것이어서 각각 1280미리를 더 마신 것이다.

다음날 아침 성중이가 왔다.

천탑천불이 있다는 화순의  절로 나를 안내했다.

주로 고려조에 만들어졌다는데 정말로 수 백 가지의 탑과 불상이 비치되어 있다.

곧바로 공항으로 가 성중이와 기사를 보낸 후 점심으로 낙지볶음밥을 먹은 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고 제주에 내리니 양행옥 총무과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안내한 곳은 제주 뚝배기집이다.

이미 점심식사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있고 점심을 먼저 주문해 놓았다고 해 안 먹을 수도 없어서 뚝배기에 들어있는 전복과 오분작을 주워 먹으며 두번째 점심을 먹었다.

김영호 제주 특별지사장실에 들러 얼굴을 보이고 곧바로 여행길에 올랐다.

제주도가 나날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듯하다.

여미지 식물원에는 온갖 종류의 아열대 식물들이 즐비하다.

난 이런 식물들을 참 좋아한다.

종유해안과 성 박물관까지 관람을 마치니 저녁때가 되어 총무팀장과 과장 그리고 기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라기보다는 그냥 술을 퍼마셨다고 하는 게 더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안주는 고등어 새끼 고도리와 갈치 홍해삼 자리돔이 쓰끼다시로 나왔다.

메인 디쉬에는 황돔 광어 따위의 회가 사라에 가지런히 누워있었다.

거기서 아마도 너무 많은 술을 마신 모양이다.

총무과장과 어떤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를 나누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고 숙소에는 어찌 갔는지 모르겠다.

숙소에서 총무과장과 캔맥주를 마시다가 남은 안주를 총무과장에게 몽땅 안겨보냈던 것 까지만 기억에 있다.

아침에 추워서 깨어 보니 바지를 벗다가 발 한 쪽만 바지에 들어있는 채로 자고 있었다.

보통 심각하게 취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완전히 망가졌다.

다음날 아침에 총무과장이 날 데리러 왔지만 너무 취해 바로 나갈 수가 없었다.

대충 몸을 추스르고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걸으니 이미 사무실에 들어가 있었고 대신 기사를 보냈다.

기사와 함께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한림공원으로 갔다.

한림공원은 71년부터 조성된 것으로 워싱톤 야자 등 아열대 식물을 가져다 심은 것이 수 만 가지가 된다고 한다.

제주 도의회 의원을 지낸 분이 조성했다는 데 정말 대단한 개척정신을 가진 분인 듯하다.

점심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김영광 부장, 배효천 부장과 함께 어제의 뚝배기 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지사장을 잠깐 뵙고 곧바로 면접장으로 가 면접을 어떻게 진행하고있나 관찰했다.

모두들 참으로 엉성하다.

면접관들의 질문방법도 엉터리고 무엇을 어떻게 왜 물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면접에 임하고 있었다.

면접은 상대방 입장에서 질문해 주어야 하는데 모두가 자기 기준에서 질문을 하니 아이들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질 못하고 있다.

질문은 간결해야 하는데 만연체 질문이 대부분이다.

내가 보기에도 질문에 핵심도 없고 무엇을 묻는지도 모르겠다.

 

면접 점검을 마치고 민속박물관으로 꾸민 나무꾼과 선녀 테마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지사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가 920분 발 비행기에 올랐다.

지사장이 한라봉 한 상자를 선물로 준다.

리무진을 타고 고속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호신이를 치과 병원에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 깨운 후 테니스장엘 갔다.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러 사이버 시그마 교육을 2일분 수강하던 중 사이버 준에게 전화가 와 함께 낚시 박물관엘 갔다. 내겐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함께 갔다가 현암 선배에게 전화를 하니 별일 없다기에 불러내 정성본 칼국수 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오늘은 현암 선배가 기분이 무척 좋은 듯하다.

둘이 소주를 세병이나 마셨다.

둘을 보내고 집에 와 컴 앞에 앉았지만 술기운에 잠이 몰려와 일찌감치 잠에 빠졌다.

새벽 한시 반은 넘었을까한데 거실에 불이 켜져 있고 주변이 시끄러워 잠에서 깨었다.

나가보니 집사람은 자고 있는데 호신이란 녀석은 제방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고 컴은 켜져 있다.

들어가 잠을 자려니 도통 잠이 오질 않는다.

녀석이 야심한 밤에 누군가와 끊임없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거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도대체 어찌되려고 무슨 목적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자꾸만 끓어오르는 분노 떄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녀석의 행태를 보면 도저히 못 견디겠다.

밤새 뒤척이다 잠시 깜빡 잠을 잔 후 테니스장엘 갔다.

연달아서 네 게임을 하고 나니 힘이 빠진다.

얼른 먼저 샤워를 하고 다른 사람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갔다.

그 자리에서 또 정하황 처장이 내 이야기를 한다.

나 잘되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인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만 정답이 아니고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 도와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는 빨리 일반직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 즉은 일반직으로 돌리면 곧바로 처장 급이 될 수 있는데 왜 안하고 있느냐는 거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먼저 수석급 전문원으로 승진한 후 일반직으로 돌려야 한다.

이인교 처장이 얼른 정처장의 입을 막는다.

부장급에서 일반직으로 돌리려면 일찌감치 돌렸어야 한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잘 안되었고 이미 때가 늦었다.

금년만 넘기면 될 텐데 굳이 일반직으로 돌릴 이유가 없다.

내가 보기에는 KTH가 자신도 차제에 승진을 해보고 싶은데 선배인 내가 버티고 있으니 올라 탈 수는 없을 것 같고 나를 내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일반직 전환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다.

그는 내게 교육을 보내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비상한 친구다.

자꾸만 내게 승진소요연한을 당겨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그렇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TDR 룸에 나타나 김쌍수 사장 앞에 나서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보더라도 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걸림돌인 나를 먼저 빼내려는 수작 같다.

누구 입에서 갑자기 승진을 코 앞에 둔 나의 일반직 전환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 이친구가 먼저 제안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강한 의심이 든다.

올 한해는 어찌되었거나 열심히 노력해서 꼭 수석급으로 승진해야 한다.

점심 식사 후 한 게임 더 하고는 술도 깰 겸해서 사무실로 나왔다.

과장들이 평가보고서를 손보기 위해 하나 둘씩 사무실에 나왔다.

하루치 사이버 강의를 수강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작은 녀석이 어쩌고 있나 그 행태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그 시간 밖에 없다는 생각에 보고서 열람을 접고 집에 일찍 들어간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녀석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의 인생을 까먹고 있다.

무슨 보고서를 쓴다는 명목을 내게 갖다 댔지만 녀석이 딴 짓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

나만 속이 타들어가지 녀석은 오히려 태연자약 자신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

나는 결국 녀석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끼기 위해 이찌감치 사무실에서 귀가한 꼴이 되었다.

내가 언제 녀석의 짐으로부터 해방되려나 모르겠다.

아이를 그렇게 만든 공동의 책임이 있으면서 그런 아이를 방치하거나 두둔하는 집사람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