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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311 회의는 이렇게 주재하는 거야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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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1().

어제는 차장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시작하며 먼저 세계 경제동향에 대해 질문했다.

요즘 미국경제가 어떤지를 물었다.

이어서 중국경제는 어떤가를 물었다.

AIG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이 회생보다는 빚잔치로 돌아갔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그게 무너지면 세계경제는 엄청난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현대 카드도 미국 금융회사와 관련이 있으므로 미 금융사의 향방에 따라 한국 금융의 운명이 좌우된다.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진 한국의 기업들도 태반이기에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 까먹는 시기까지는 어느 정도 버티지만 7,8월 넘어가면 어찌될 줄 모른단다.

그러면 한국전력은 어떤가를 물었다.

지금 매출되는 전기는 모두 적자폭을 넓히는 것인데 그 많은 적자를 지금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지금까지 유보된 이익잉여금에서 까먹고 있단다.

그것을 다 까먹고 나면 액면가 5000원을 넘어서는 주식 차액을 까먹고 이어서 감자에 들어가며 회사가 망한다는 이론이다.

난 지금까지 회사에 이익잉여금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김응태 표현으로는 하루에 우리 직원들이 50만원씩 까먹고 있다고 보면 된단다.

그러면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가를 물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 하에서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모두들 숙연해 졌다.

처음에는 가볍게 출발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농담 삼아 꺼내놓다가 감자기 숙연해지면서 고개를 숙인 채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듯하다.

나는 일체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하지 않고 오로지  한 가지 주문만 던지고 회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한 가지는 오후 세시에 업무계획서 관련 회의를 진행하자는 주문이었다.

차장들은 업무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보다 심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회의는 이렇게 진행하는 것이다.

스스로 몰입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그런 회의가 진짜 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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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War Room에 내려가서 전략회의를 가졌다.

TDR 팀원들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대록대록 굴리면서 내 이야기에 집중한다.

TDR Kick Off 미팅 자료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시를 했다.

팀원들이 자료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의문점에 대하여 질문을 하면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해서 설명해 주면서 이와 관련한 내용들을 하나하나씩 구조화 해 나가라고 했다.

내가 구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해 주니 차장들이 좋아한다.

대안이 없어 답답하던 승진제도도 김병옥 차장과 이야기하면서 대안이 떠올라 순조롭게 풀렸다.

단위사업장 피평정 집단이 직군별로 5인 이내인 경우에는 직군을 통합하여 평정하면 그냥저냥 SABCD를 산포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장이 원하는 성과중심의 서열명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S등급을 받기 위한 전쟁은 여전히 심각해질 것이고 그로 인한 로비문제는 해결불능의 혼란에 빠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어디든 문제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

문제는 그걸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사장은 경험이 없으니 내 말을 알아듣질 못한다.

아니 알아들으려 하질 않는다.

할 수 없다.

우선 당장은 먼저 만든 승진제도 개선 안으로 승진을 시행하고 평가결과를 도출 할 수 있는 시기에 당신이 원하는 승진제도를 적용하도록 해야겠다.

팀원들은 모두들 먼저 만든 제도가 훨씬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장이 새로 지시한 제도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보고시 반드시 지적을 할 것이다.

오만과 편견을 가진 사람을 이기려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런 사람은 부딪치지 않는게 상책이고 부딪쳐야만 한다면 논쟁보다는 시차를 두고 계속 재도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전에 차장시절 고시병 부장의 똥고집도 그렇게 해결했다.

똥고집끼리 대차게 맞붙어 내가 이긴 거다.

직급이 높아도 아닌 건 아닌 것이어서 매일 한가지씩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 틀리다는 입증자료를 들고 가 부딪혔었다.

고집 피우고 화를 내면 얼른 결재판을 덮고 나왔다가 그 다음날 다른 증거자료를 들고 다시 가 설득했다.

일주일 내내 그러고 나니 소문난 똥고집도 손을 들고 자신의 착오를 인정하고 사인해 주었다. 

그런 내게 정말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했었다.

아마도 나에게서 자신의 자화상을 보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