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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323 철지난 X이론 기반의 경영을 강요하는 신임사장님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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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수요일부터 ACT 교육을 다녀왔다.

지금 이런 시기에 그런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사장이 중요시 하는 교육이고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다녀와야 하는 교육이기에 다녀왔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인 25년 전에 이미 그런 종류의 교육을 받은 터였다.

당시에는 극기훈련 같은 그런 종류의 신입사원 훈련이 대 유행이었다.

OOOOO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던 중 새벽까지 밤새 무섭고 깜깜한 산길을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50이 넘은 노인네들에게 극기훈련을 시키고 이상한 구호를 외치게 하며 통일된 동작을 요구하는 팀웍 훈련이 과연 필요할까?

혁신 교재(Great People)를 읽고 시험을 보는 부분은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두 시간 동안 책을 한 권을 읽고 그 안에서 20문제씩 2회에 걸쳐 시험을 보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두 시간 동안 책을 한번 훑어보는 것도 힘든데 주관식 시험문제를 50%나 내다보니 문제를 풀기가 너무 어려웠다.

도저히 답을 알 수 없어 내 옆에 앉은 김경훈 차장의 답안지를 4개나 베껴서 내야 했다.

이 친구는 그래도 사전에 그 책을 읽고 왔던 듯하다.

아랫사람의 답안지를 치팅하는 늙은 간부의 모습이 초라하기만 하다.

내가 봐도 이런 종류의 훈련이 불만만 자아낼 뿐 경영에 크게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김쌍수 사장의 공포경영으로 직원들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는데 거기다가 80년대 초반 우리처럼 국방의무가 없는 일본에서 유행하던 한계 극복 집단훈련을 30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재연하니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불만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답답하고 한심하기 그지 없지만 누구하나 이를 멈추자는 의견을 내놓지 못한다.

사장은 직원들이 교육을 마치면 엄청난 변화가 올 줄 알겠지만 불편함과 분노, 나아가 불신의 골만 깊어갈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그 불합리를 이야기 할 순 없다.

우리 본부장 이도식 전무님이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이 과정을 만드셨고 나름대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으며 사장이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고 경영의 키워드가 이미 인본주의로 돌아갔는데 철지난 성과주의를 주장하며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는 김쌍수 사장의 구시대적 경영기법은 더이상 성공하기 어렵다.

하루 빨리 방향을 선회하여 바른 길로 가야 한다.

김사장은 그가 전문요원으로 데려온 LG 직원 64년생 KWH를 1()직급으로 특별채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금껏 정부나 청와대 부이사관급 공무원도 최고 부장급 수준으로 채용했었는데 김사장은 그를 부처장급으로 채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인사처에서 진행하게 되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그랬는지 그가 일하는 선진화추진실에서 채용품의를 진행했다.

그것도 전례없는 엄청난 모순이다.

나는 임청원 부장에게 가서 그걸 추진했을 때 예측되는 문제점들을 설명해 주었다.

우선 첫 번째는 노조의 심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엊그제 김진식 전무와의 술자리에 참석했던 노조 P가 장주옥 처장의 전적과 관련해 흥분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설명해주며 그나마 장처장은 자회사 전적 전 우리랑 같이 입사한 동기고 모자회사간 상호전적에 관한 명확한 근거규정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근거규정도 없는데 일반직원을 그것도 1()직급 간부직원으로 유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특별한 사유로 특별채용 하더라도 규정상 간부직원 채용은 연구직이나 전문직으로 채용하도록 되어있다.

즉 일반직으로의 채용은 금지되어 있다.

만일 이와 같은 사항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나중에 발각된다면 담당자는 물론 처장이나 사장에게도 엄청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니 이와 같은 사항을 사장에게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국정감사다 감사원 감사다 수없는 감시기관의 수검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원칙에서 벗어난 채용을 진행하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칠 수 있다.

담당자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와 같은 사실을 명확히 사장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먼 담당자만 골탕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인사는 그런 문제들을 잘 코디할 줄 알아야 한다.

사장은 사고가 Money, 성과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경영은 사람이다.

아니 과거에도 사람이었지만 일자리가 귀해 통할 수 있었다.

김쌍수 사장의 X이론적 사고가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장마와 태풍이 어지러워진 지구 환경을 뒤집어 바로잡아 놓듯 또다른 거대한 물결이 다가올 것이다.

그 때 그 과정은 반드시 태풍 같은 엄청난 아픔을 동반할 것이다.

 

토요일 오전엔 테니스를 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운동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에 나가 식스 시그마 사이버 교육을 마치고 과제물까지 끝냈다.

이어 승격제도 관련사항을 수정하는데 하루 온 종일 걸렸다.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중간에 일을 마치고 귀가했다.

집사람이 감자탕을 준비해 놓았다.

모처럼 만의 특식을 기념하기 위해 둘이 소맥을 두 잔씩 말아먹었다.

집사람은 곧바로 잠에 빠졌고 나는 사무실에서 하다 인터넷으로 전송한 승진제도 개선안 수정작업을 집에서 마무리 하고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엔 미국에서 오는 조카 규환이 내외를 만나기 위해 시흥에 갔다.

집사람이 조카 내외를 위해 밤새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처가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장인어른이 반주로 발렌타인을 내었다.

술꾼은 술꾼을 알아본다.

 

월요일엔 저녁에 김진식 전무와 만났다.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김전무가 박흥근에게 나랑 그만 싸우라고 하자 박흥근이 나중에 저녁 한번 모시겠다고 했다.

덕분에 내가 엮여 들어가서 날을 잡은 게 지난 월요일이다.

1차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술은 3차까지 이어지면서 내가 바가지를 옴팡 썼다.

앞으로 더 이상 그분을 초대하기가 두렵다.

덕분에 신운섭 차장이 고생을 많이 했다.

 

다음날일 화요일엔 규환이 장인 장모와 함께 비원 앞 용수사에 모여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사돈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장인어른이 그자리에 처 작은 아버지 내외와 5촌 아저씨 내외를 함께 불렀던 모양이다.

온 집안 식구가 모여 시끌벅적 저녁을 먹고 사진을 찍었다.

집사람은 이들 내외를 위해 형제들이 각각 200만원씩 거출하기로 했단다.

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