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327 어느 평범한 날에도 번뇌하는 나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21.
728x90

20090327().

어제는 아주 평범하고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누가 저녁하자는 사람도 없고 지난 밤 마신 술도 적지 않아 내장에게 미안하기도 해 하루 조용히 쉬기로 했다.

일찍 집에 들어오니 호신이가 예외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녀석이 차분히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공부습관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녀석은 학교 수업시간 이외에는 전혀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고 수업시간도 충실하게 공부에 몰입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저 시험이나 닥치면 벼락치기 공부를 하거나 그냥 쉽게 포기하고 말 것이다.

공부에 대한 목적의식도 없고 하고싶은 생각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아예 귀를 닫아버린다.

그러니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냥 말을 참아 넘긴다.

나도 포기한 거다.

그게 차라리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그런 사이로 지내는 녀석이 알바를 하러 가면서 내게

아빠, 저 돈 만원만 주시면 안돼요?”

녀석은 질문도 언제나 부정형이다.

집사람의 부정형 대화습관이 우리집 대화문화로 정착한 거다.

시정해보려고 집사람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불화만 생길 뿐 시정하려는 노력이 없다.

나는

내가 너한테 왜 돈을 주어야 하지?하고 되물었다.

주방 왕 언니 생일이라 선물사려고....” 하는 답변을 한다.

넌 아빠와 상관없이 모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왔잖아.

만일 네가 공부만 한다면 내가 돈을 줄 수 있지.

네가 경제활동 대신 공부를 하니 돈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너는 공부 대신 알바 따위의 경제활동을 택하며 네 마음대로 살고 있잖아.

그래서 난 너에게 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녀석은 포기도 빠르다.

더이상 듣기 싫은 말 안 들으려고 재빨리 제방으로 들어간다.

내가 그 속을 모를까...

녀석을 올바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녀석 때문에 평생 괴로울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나는 녀석이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니 답답해 미치겠다.

어디서부터 꼬인 일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게 하면 녀석은 점점 문제아로 굳어져 제대로 된 사람 구실을 못할 것이다.

선우욱이 말처럼 혹 여자친구라도 잘 만나면 모를까....

내가 보기에는 여자친구도 엉터리 같은 날라리들이나 만나고 다니는 것 같다.

정말 답답하다.

녀석은 그냥 형식적으로 다녀오겠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알바처 '돈데이'로 갔다.

나는 집사람이 차려준 저녁을 먹고 곧바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았다.

비비안리는 정말 하늘이 내린 미인이다.

귀족의 몰락이 가져온 정신질환을 다루었다.

도대체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를 보면서 가끔 무의식 속의 환상이 들락거리는 경험을 했다.

잠시 순간적으로 환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정확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지만 비현실적 환상이 들락거리는 경험을 했다.

영화를 보던 중에 아마도 비몽사몽 꿈 속을 왔다갔다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내가 슬슬 미쳐가는 것같다.

의식이 무의식을 통제하지 못할 때 사람은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이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현실세계에 출몰하면 그동안 대외적 표상으로서의 자기 얼굴인 페르조나가 함몰되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것이다.

사람은 의식이 무의식을 통제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모진 세파에 부딪치며 자신의 편향도 중립적인 양상으로 모아지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중용을 가장 높은 단계의 수련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성향으로 분류된

폭넓은 활동력 : Extraversion(외향) Introversion(내향) 깊이와 집중

실용성/현실감각: Sensing(감각) iNtuition(직관) 비전과 통찰력

논리와 분석력 : Thinking(사고) Feeling(감정) 인화력

조직과 추진력 : Judging(판단) Perceiving(인식) 수용과 적응력

의 측면을 볼 때에도 세월의 세파 속에 살다보면 언젠가는 한쪽으로 치우쳤던 성향들도 점점 가운데 중용의 단계에 모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신임사장의 경영방식을 분석해 보자.

경영자 한사람의 생각을 강요하는 게 경영이 아니다.

경영은 모든 조직원들의 생각을 모아 가장 나은 방법을 찾아 함께 일하게 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잘난 척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면 더 나은 방법도 찾을 수 없고 함께 일할 의지도 생기지 않는다.

지금 사장이 가고 있는 길은 오만과 편견이 정점에 올랐다.

자신이 7~80년대에 이룬 LG에서의 성공신화를 30년 넘게 지난 시점인 지금 한전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거야말로 미친 짓이다.

편향된 생각을 현실세계에서 실행하고 강요하는 것이 미친 짓인 것이다.

하늘 앞에 오만이란 당랑거철과 같은 행동이다.

사마귀가 아무리 오만하게 잘난척한 들 들새의 먹이밖에 더 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요즘 회사생활에 회의가 많이 든다.

세상을 잘못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본연의 나를 찾는 무의식의 요구가 자꾸만 의식세계로 쏟아져 나오는 모양이다.

자신의 내면의 요구와는 너무나도 다른 페르조나로 생존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내가 너무 힘든가 보다.

 

사장이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다음주에 또 영국 출장이 잡혀있단다.

그 바람에 4.1일 예정이었던 TDR 리포트를 다음 날인 4.2일로 잠정 예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