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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330 감춰진 공격성을 먼저 파악해야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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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0()

금요일 저녁은 임청원 내외와 김영우 내외와 함께 만났다.

그런 세가족 모임을 처음 우리 집 앞 돼지 토마토에서 가졌었다.

그날 내가 분기에 한번씩이라도 만나자고 했고 김영우가 지난 해 말에 약속을 지킨데 이어 임부장이 이번에 약속을 지켜 만나게 된 거다.

사당동 흑 돼지 집에서 모였는데 사람들이 개미떼 처럼 바글거리는 것으로 보아 맛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괜찮은 집을 선정한 것 같다.

어쨋거나 2차 생맥주까지 잘 먹었고 이야기 끝에 심리학 이론 몇 가지를 덧붙이니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많이 마신 술이 아닌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버거울 정도로 취했다.

 

다음날 아침 520분에 여느 때와 같이 기상하여 낚시 갈 준비를 했다.

자동차를 몰아 반포동 현암의 아파트에 들어서니 현암이 집 앞에 나와 있다.

임진강에는 많은 사람들이 득시글거릴 것이 예상되어 차라리 홍천강을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모곡으로 향했다.

모곡은 봄 내음이 가득하다.

홍천군청에서 나와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있다.

관계자들이 배를 타고 들어가 지난여름 홍수 때 나뭇가지에 걸쳐진 비닐 조각 따위를 거두어 내고 있었다.

지난 늦은 가을에 사이버 준과 이곳을 찾았을 때는 피라미 한 마리 조차 물어주지 않았었다.

토실토실한 피라미가 파르르 떨며 손끝으로 죽음의 저항을 전해올 때 나는 강렬한 전율을 느낀다.

(이정도면 사이코 수준이다.

이래선 안되는데 낚시꾼들은 그걸 즐긴다.

그래도 그 수준에서 더이상 확대되지 않아 다행이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도 본능의 발로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도 일종의 공격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다.

개인적으로는 페르조나로 그걸 통제하고 사회적으로는 법이나 도덕 관습으로 제한하지만 그런 성향은 본능적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밖으로 표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J전무를 보자.

그도 내재적으로 엄청나게 강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자신도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느끼고 강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분출되어 부하 직원에게 심한 상처를 준다.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그런 자신을 반성한다.

주변의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지 않았는지를 묻기 까지 한다.

모든 직원들이 상처를 입고 그의 지나침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가 자신의 윗사람이고 윗사람의 잘못됨을 지적하는 것만큼 후환이 두려운 것은 없기에 그냥 얼버무리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가볍게 지적하고 넘어간다.

그러다보니 그는 계속 아랫사람이 인간이하의 모욕감을 느낄 정도의 언사를 일삼는다.

자신이 아무리 고치려 해도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자신의 공격성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그는 계속 같은 형태의 공격과 후회를 반복할 것이다.

그 반대로 HK처장은 본질적으로 공격욕이 약한 사람이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분노를 표출하거나 남에게 해를 입히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나약하게 보여져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일부러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페르조나로 위장한다. 하지만 그는 남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농담 섞인 형태의 공격유형도 그 일환이다.

어찌보면 나와 매우 비슷한 유형이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에 나도 모르는 사이 공격성이 표출되어 아이들을 괴롭혔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반장이랍시고 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원산폭격을 시키고 푸시 업을 시키면서 괴롭혔던 듯하다.

시간이 지난 후 그 친구들이 그시절의 지나친 행동을 지적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매우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어릴 땐 아마도 상대방이 아파할 거란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집사람에게도 눈곱만큼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 애쓴다.

수없는 불편함을 견뎌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참고 또 참아낸다.

지난번 집사람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냈던 것은 견디다 못해 너무 힘들어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마지막 나를 지켜내기 위해이를 제안했던 것이다.

집사람이 많이 울었지만 그녀는 그런 과정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잘못했음을 시인하며 열심히 살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집사람은 공격성이 많이 퇴화되어 있다.

언쟁 상황이 발생하면 싸우려 하기 보다는 울면서 숨어버린다.

그러니 나같은 푼수랑 만나 끼리끼리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피라미 한 냄비 거리를 잡아서 손질해 가져왔다.

다음날 당직이 끝나면 막내처남과 함께 처가에 가서 장인어른과 소주 한 잔 나누면 제격일 것 같아 집사람에게 제안했지만 집사람은 막내처남 내외에게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다음 주 금요일이 장모 생신인데 주말에 가면 이미 생신이 지난 시기여서 의미가 퇴색하니 미리 찾아뵙자는 제안이었다.

 

일요일 아침엔 새벽같이 테니스를 한 게임 하고 당직실에 가 당직을 섰다.

점심엔 회사 강당에서 고시병 전무 여식 결혼식이 있어 잠시 거기 참석했다.

현직에 계신 분이 아니다 보니 하객들도 별로여서 영 썰렁한 분위기다.

결국 고전무 얼굴은 보지 못하고 부조만 하고 들어왔다.

예식장에서 김명수 처장을 만났다.

김처장은 요즘 한전의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하여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편감이다.

불편감이 있을 때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상대방의 생각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말은 쉬운데 사실 실천은 어렵다.

당직을 끝내고 집에 오니 집사람이 쭈꾸미로 연포탕을 끓였다.

제철음식이고 냄새가 좋아 소주를 찾았다.

지난번에 먹다 남은 소주 반병이 있어 그걸 반주삼아 저녁을 먹었다.

이런 즐거움이 앞으로 나이가 들어 내가 은퇴하면 살아갈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지금 혼자 그러고 있다.

집사람은 시골살이를 거부한다.

나를 거부하는 건지 시골살이를 거부하는 건지 모르지만 일단 홀로 음식 만들어 반주를 즐기고 있으니 절반은 성공한 거다)

영화 한 편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집사람이 오랜만에 모처럼 내 품을 파고들었다.

피곤했지만 고마워서 모처럼만에 온몸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