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331 철규의 부적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25.
728x90

20090331().

오늘은 주로 TDR Room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팀원들에게 과제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고민을 부탁했다.

모두들 내 얼굴만 쳐다보고 내 생각에만 의존하려는 성향이 너무 강하다.

우리 제도팀 식구들과 TDR 팀원들 모두에게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자기 책임 하에 일처리를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요즘 들어 보면 우리 차장들이 내게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규석 차장의 예를 들어 주면서 자신의 의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이려는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건 이차장을 칭찬하는 사례이기도 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차장은 assessment center에 대한 신념이 무척 강하다.

초급간부 임용고시 대신 Assessment Center를 운영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강하게 밀어붙였었다.

한 때 윤재경 팀장이 그런 이차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처장님과 전무님에게까지 보고를 드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Assessment Center도 유행가처럼 지나가는 일시적 fad 경영학 이론일 뿐이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가진 외부인을 채용하는 심사 기준으로 적합할지는 몰라도 승진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규석 차장은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나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강한 신념이 있었다.

그의 보고서를 읽어 보아도 신념의 강도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우리 팀원들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War Room에 내려가 보면 볼수록 개선해야 할 것들이 계속 나온다.

무엇이든 반복적인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걸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사장의 TDR 경영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그의 한전 문화 말살정책은 재고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한전인은 낙후된 집단이고 한전 문화는 쓰레기 같은 것이어서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살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제 식민치하의 조선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뿌리 깊은 생각과 행동을 교정하기 위하여 선진화추진실 따위를 만들어 그런 강한 정책을 견지해 나가는지 몰라도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사업장을 다니며 자신의 생각대로 조직문화로 바꾸어 놓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그가 지향하는 문화가 그리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정 반대의 경영스타일이다.

하지만 그가 사장이기에 그가 원하는 한 나는 그의 방식대로 일해야 한다.

마음에 없지만 그의 생각을 실현시켜주기 위한 방법들을 구상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 온종일 War Room에 내려가 줄곧 벽 앞에 서서(벽치기) 이런 저런 생각들에 골몰하였었다.

 

박철규가 초간고시 시험을 마쳤으니 기념행사를 하잔다.

고소기가 먹고 싶단다.

예산이 부족해 주로 족발이나 돼지고기를 먹다보니 질린 모양이다.

이번에는 시험을 마친 철규 얼굴이 밝다.

철규가 수첩을 꺼내어 부적을 보여주는데 얼마 전에 집사람이 초컬릿을 사가지고 와서는 철규를 가져다주라고 해서 포장도 안 한 채 철규 책상위에 올려놓고 철규씨 파이팅 하세요. 정신이란 메모를 붙여놓았는데 그걸 부적처럼 지갑에다 붙여놓고 다닌다고 자랑을 했다.

그는 졸리거나 할 때 매일 하나씩 그걸 꺼내먹으면서 공부를 했단다.

그런 만큼 잘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