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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414 인사제도 개선 서류들을 검토하며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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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4()

아침부터 차장들이 가져오는 서류를 검토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서류들을 검토해서 수정 보완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재검토 지시했다.

생년월일 정정에 따른 정년일자 정정에 관한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로 또 다른 제2, 3의 차연수 사례가 나올까보아서 아예 인사규정에 생년월일 정정 불가 원칙을 못 박아 놓으라고 최차장에게 지시했었는데 최차장이 검토서류를 가져와 약간의 수정을 거쳐 결재를 진행시켰다.

연원섭 차장은 기피직무에 대한 승진 자격화를 검토하고 있는데 사업소 현장의견 수렴 결과를 가져왔다.

의견 내용이 너무 rough 해서 보다 세밀하게 검토해 줄 것을 지시하고 보고서를 수정해 주었다.

이명환 차장이 가져온 인사처 ISSUE에 관한 검토서는내  맘에 들었다.

역시 이차장은 내 맘에 쏙들게 잘한다.

나름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도 강하다.

무언가 일을 맡기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답을 가져오는 편이다.

이차장이 놓친 몇 가지 사항만 보완하도록 지시했다.

이 보고서를 가져가면 아마도 처장님이나 전무님이 무척 좋아하실 거다.

이 친구의 이름도 다시한번 기억시킬 겸 처장님과 전무님 방에 같이 데리고 가서 칭찬을 해 주어야겠다.

 

지하 war room에 내려갔다.

이상종과 박세호가 앉아있다.

둘에게 채용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과거에 내가 어떤 방향으로 채용정책을 가져가려 했었는지 따위를 설명했다.

노조는 지방사원을 대졸로 뽑으라는 주문을 하지만 어림없는 이야기다.

적어도 이번 채용은 모두 고졸수준으로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적으로 취업난에 허덕이면서도 인건비는 하락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임금이든 물가든 시장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하다.

시냇물이 제대로 흘러가도록 막힌 곳을 뚫어주는 것과 같은 자연법칙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현재의 임금시스템은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대졸사원에게 고졸수준 직무를 맡기면서 대졸수준 임금을 지급하는 바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한전에서라도 제대로 된 임금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연히 고졸수준 지방사원 정책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사장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경영상식을 가진 CEO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다.

권태호나 장명철, 정찬기 전무 같은 분들은 이와같은  내 생각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었다.

인사는 영의 핵심 축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본을 지키고 냉철할 땐 냉철해야 한다.

학을 졸업했으면 고졸수준의 직무를 수행해도 당연히 대졸수준의 처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바르지 않다.

학력은 그저 이름 뿐인 학력일 뿐 처우 기준은 아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신기수 국장을 만나 그를 데리고 곧바로 지하로 다시 내려갔다.

그에게 war room 벽에 붙여진 초간고시 제도 개선에 관한 보고서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일단 신국장은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문제는 박흥근 처장이다.

어찌 되었거나 사장에게 보고한 사항이니 박처장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철규는 집사람 메모를 부적처럼 지갑에 붙이고 다니더니 결국 초간고시에 합격했다.

그런 그가 승진 턱을 낸다고 해 송강 장어집에 모였다.

우리 팀에 근무했던 강민석, 고천석, 송호승, 김태환, 김유상 차장까지 모이니 나를 포함해 13명이 13일에 모여 술자리를 같이 했다.

모두들 철규의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내게 아부하느라 빈말로 하는 말인지 몰라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니 더욱 좋다.

이 맛에 모두들 승진하려 드는 듯하다.

 

술자리 마지막 멘트로 연리지 이야기를 했다.

나무는 절대 스스로 커가지 남을 해하면서 크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연리지처럼 연리목처럼 살과 살을 함께 공유하며 영양분을 나누면서 살아가면 어떤 척박한 땅에서도 공존공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 모두들 좋아한다.

사실은 사무실을 나오기 전에 도서요약본 숲에게 길을 묻다를 읽었는데 거기서 힌트를 얻어 이야기한 것이다.

모두가 서로 끈끈하게 협업하며 좋은 교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생맥주 한잔 더 해야 한단다.

노조 신기수 국장이 오기 때문이란다.

할 수 없이 생맥주 집엘 따라가 생맥주 한 잔 더 하고 일어섰다.

신운섭 차장이 만류할 겨를도 없이 차 안에 차비를 넣어주었다.

집에 와 호신이가 가져다놓은 고슴도치랑 놀다가 손끝을 물렸다.

피가 났다.

결국 호신이 때문에 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