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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610 정년연장 관련 실무회의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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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0()

어제는 정년연장 관련 실무회의가 있었다.

노조 P도 참석한다.

그제 최외근 노무처장님이 나를 불러 미리 구성한 시나리오를 설명해 주었었다.

노조가 어디까지 양보할 것이며 어떤 결론을 낼 것이라는 것까지 이미 P와 조율해 놓았다.

이미 결정된 시나리오 대로 나는 자연스럽게 연출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박원형 처장을 비롯한 몇몇 위원들에게 미리 언질을 주어 내 의견에 따라 줄 것을 제안했다.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회의는 큰 불협화음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 시간 만에 원하는 결론을 모두 내고 시행 시기에 관한 결론은 처장회의에서 내기로 하였다.

노무처장은 내게 그 시행시기까지도 결론을 내어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P가 그걸 유보하자는 발언을 했고 나는 그의 생각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무엇이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하여 연장을 결정하면서도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면 현 집행부를 불신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노사협의체가 아닌 그들 내부적인 자체 회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P는 사실상 정년연장 T/F의 팀원도 아닌데 자신이 나타나 모든 조합 측 결론을 좌지우지한다.

그러니 휘하의 국장들은 아무 소리못하고 그저 꿀먹은 벙어리마냥 자리만 지킬 뿐이다.

나아가 그들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일처리를 P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봐야 P로부터 면박만 당할테니 더 이상 창의적 의견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장들의 불평불만만 쌓일테고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에 회의를 느끼다가 결국은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P는 빨리 자신의 편집적 성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만이 all mighty 하고 국장들은 믿을 수 없다는 극단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에 미국에 함께 가면 조심스럽게 그런 조언을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남은 절대 변화시킬 수 없고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바꾸면서 변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해야 할 것 같다.

회의는 아주 만족스럽게 끝이 났고 이를 처장님과 전무님께 보고 드렸다.

전무님은 내 보고를 받고 좋아하셨고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연발하셨다.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낸 결론이지만 그래도 성공적이라니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아마도 워낙 조변석개하는 노조다 보니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모양이다.

P는 자신이 선심 쓰는 자리에는 언제나 자신이 직접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측에 맞서 자신의 생각을 고집할 때는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자기 말고 국장과 협의하라고 하며 빠진다.

자신은 욕먹기 싫다는 이야기다.

욕은 아랫사람인 국장들이 먹게 하면서 자신의 고집을 끝까지 지켜내는 거다.

그런걸 보면 그는 사실 나약한 사람인 듯하다.

시도 때도 없이 버럭 버럭 화는 내지만 실상은 나랑 비교가 안 될 만큼 나약한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킬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 나약함을 버럭, 신경질적 화냄으로 덮으려는 심리적 경향성이 아닌가 싶다.

 

안규선 부장과 김완호 부장이 함께 하는 저녁자리를 가졌다.

TDR 보고 시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라 TDR 팀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자는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자리다.

가기 전에는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어쩌다보니 말이 또 많아졌다.

늘 조심한다고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된다.

좀더 강하게 마음먹고 자신의 행동거지를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술값을 내가 내기로 했지만 결국 안부장이 내고 말았다.

그 바람에 닭굼터에 가서 스타우트 흑맥주 한 병 씩 더 마시고 헤어졌다.

김완호는 그냥 택시를 타고 간다고 했다.

이번에는 차비를 주지 못하고 그냥 보냈다.

나는 전철을 타고 들어와 남부터미널 역에서 집사람에게 전화해 우산을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고마움의 표시로 임청원 부장이 해외 다녀오면서 사다준 주름제거제 화장품을 선물로 주었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

약간은 푼수 같지만 좀 모자란 듯 이렇게 사는 것도 행복이다.

오늘은 새벽에 잠에서 여러 번 깨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새벽 두시에 깨어나 한참을 뒤척이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자다 깨다를 몇 번씩 반복하다 520분에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