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9(금).
요즘은 아침 새벽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깬다.
술을 많이 먹고 잔 날도 일찍 깬다.
나이 들면 그렇다더니 늙어 그런가?
그 외에도 시기적으로 요즘이 승진 철이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어제도 11시 넘어 잠을 청했는데 새벽 세시에 깨었고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고슴도치와 노는 일이 새로운 낙이다.
때로는 물통을 엎어 제 집구석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가장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동물들이어서 이놈들을 통해 동물의 행동 학습을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녀석에게 먹이를 가지고 인간 친화적 행동을 하도록 교습하고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내 손에 안겨 먹이만 따먹고 곧바로 제 방에 기어들어가 숨어버린다.
주변의 위협요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내가 조금만 이상행동을 보여도 쉭쉭거리면서 털을 세운다.
그런 반복행동이 꽤 오래 되었기에 이젠 내게 익숙해질 때가 되었는데 녀석은 아직도 쉭쉭거린다.
그런 고슴도치 녀석이 그래도 호신이보다 낫다.
부모인 입장과 부모가 아닌 입장에서의 아이들에 대한 학습방법엔 차이가 있다.
부모는 이미 아이에게 변하지 않는 하나의 지시자, 구별자로서의 인지도식이 확립되어 있다.
코칭을 통해 아무리 새로운 인지도식을 시도 해도 새롭게 바뀌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지시나 통제, 명령 중심의 훈육방식을 계속 이어가는 게 더 편하고 잘 먹힌다.
그렇더라도 점차적으로 코칭 방식의 대화스타일로 계속 바꾸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칼 로저스가 말하는 ‘가치의 내면화’ 측면에서 보면 나는 아이에게 계속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잘못된 가치를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쥐가 미로를 찾듯 그렇게 내버려두고 때로는 이상행동도 그냥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녀석은 결국 내 향수까지 제 방으로 가져갔다.
요즘은 녀석이 내 화장품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내 향수를 제 방에 가져다 놓고 제것 마냥 쓰고 있다.
오늘 아침에 밥을 먹다가 녀석에게
“사람들이 향수를 왜 쓴다고 생각하니?”
하고 물었더니 한참 만에 녀석은
“냄새나니까요.” 한다.
“그래, 나이 들면 세포가 죽어서 노인네 냄새가 나니까 그걸 향수로 대체하기 위해서 쓰는 거야.
너처럼 어린 학생들은 향수를 쓸 필요가 없어.”
오늘 아침에도 녀석과의 기상 전쟁은 예외가 없었다.
집사람이
“호신이 좀 깨워 봐요.”하길래
내가 큰소리로 ‘일어나라’ 며 불렀는데 녀석은 대답만 하고는 꼼짝도 않고 그냥 누워있었다.
결국 다시 더 큰 소리로 불렀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사람이 들어가 큰소리를 하자 어슬렁 어슬렁 기어 나왔다.
그런 녀석에게
“너는 몽둥이로 깨워야 일어나니?”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한다.
“하지만 네 녀석은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행동은 늘 그렇게 하고 있잖아”
했다.
아이에게 언행을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마음대로 안 된다.
그래도 강화와 처벌이론만큼 확실한 행동학습 방법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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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위원장과 사장이 정년연장과 임금 교섭을 마치고 사장 접견실에서 조인식을 했다.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무처장이 나도 옆에 같이 앉아있으라고 했다.
그 소릴 들은 이도식 전무님이
“그래, 사장님도 자넬 잘 알잖아.
TDR 활동을 통해서 많이 봐서..."
나는 극구 사양했다.
나서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겸손할 땐 겸손해야 한다.
나설 자리와 물러설 자리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언행에도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아무데나 덥석 덥석 나서서 불필요한 언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여울과 견지' 카페 활동에 있어서도 조금은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회사를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통해 나 개인은 물론 집단까지 평가하려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행동거지도 조심하여야 한다.
전무님 실에 들어가 보고를 드리던 중 전무님과 노조위원장 면담시간이 되어 그냥 다시 나와야 했다.
30여분 동안 위원장 방에 가셨다가 돌아오는 전무님은 다시 곧바로 사장님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 나가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나와 최차장은 우직하게 문 앞에서 기다렸다.
삼고초려 하는 겸손한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곧 나가셔야 하신다니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래, 미안해”
“아닙니다.”
미안한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상사에게 조금이라도 심리적인 부담을 안겨드릴 필요가 있다.
가랑비처럼 미안한 마음이 축적되어 젖어들라고....(가랑비 전법)
최준원 차장에게 이런 행동도 때론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모델링)
일찍 들어가 집사람이 준비한 오징어무침 국수를 먹었다.
집사람은 그런 비빔스타일을 좋아한다.
새롭게 바뀌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이미 머리 속에 새겨져 있는 도식을 새롭게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포기하고 지시나 통제 명령 중심의 훈육방식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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