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SHRM Conference를 다녀와서
인사처 조용욱
미국 최남단에 위치한 달라스와 뉴 올리안스의 기후는 가히 살인적이다.
에어컨이 없는 햇볕 아래 밖에서는 숨을 쉬기가 어려울 만큼 뜨겁다.
그걸 보면 우리는 선택받은 기후 속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시차가 14시간이나 나다 보니 극복이 어렵고 장시간 비행한 데 따른 피로가 누적되어 수업에 지장이 많았다.
conference room에 들어서 짧은 영어실력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워 강의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오곤 했다.
기를 쓰고 깨어 있으려 했지만 발버둥치면 칠수록 잠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긴 들은 모양이다.
이를 악문 채 졸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잠깐 잠깐 주워들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연수보고서에 갈음할까 한다.
첫째 날은 우리나라를 대표해 함께 간 사람들의 얼굴도 익힐 겸 상견례 만찬이 있었다.
다음날인 둘째 날부터 실질적인 학습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오전에 우리는 Dallas Baptist University의 Jim Underwood 교수 특강을 받았다.
Jim Underwood 교수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인사 분야 전문가로 컨설턴트를 겸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조예도 깊어 태권도 블랙벨트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저서로는 "백년기업을 디자인하라“가 있다.
그의 특강을 들으며 나는 현재 미국의 인사관리 방향이 우리가 생각하고 추진하는 방향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 내내 인간중심의 인사관리를 강조하면서 인간중심의 인사관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주장했다.
그는 인간중심의 인사관리 기본이념을 RAVE 라는 Initial로 정의했다.
- R은 Recognition으로서
부하직원에 대한 인정을 말한다.
부하직원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라는 것이다.
- A는 Appreciation 으로서
부하 직원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칭찬해 주라는 것이다.
- V는 Valuing을 의미 하는데
부하직원이 한 일과 직원 각 개인의 역량에 대하여 제대로 가치를 평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하직원이 아무리 많은 성과를 창출했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으면 빛이 날 수 없으며 부하직원이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도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부하직원의 성장과 발전을 기할 수 없다.
- 마지막 E는 Excellence를 말하는데
만일 부하직원 뛰어난 성과를 창출했다면 이에 걸 맞는 충분한 보상(excellent reward)을 해 주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잘나가는 기업에서는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격려를 하고 있는데 어떤 기업에서는(이름은 까먹었음) 사장의 칭찬 메시지를 비디오에 담아 본인에게 직접 전달해 주는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는 리더십 스킬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는 견해를 주장하는데 그는 리더십은 다음의 세 가지를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 부하와 상사 간 상호작용을 기본 전제로 함(Transactional basis)
- 동료의견 수렴(Peer review)
- 코칭 : 부하직원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평가하며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 (Coaching/Assessment/Accountability)
일반적인 리더십이 리더 자신의 역할을 주로 주장한데 반해 그는 부하직원과의 상호작용이나 동료직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남다르다.
아울러 현대적 사조에 걸맞게 인간존중의 기본이념을 바탕으로 Coaching을 가장 중요한 리더십 스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부하직원에 대한 8차원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부하를 평가하는 차원은 ① 잠재능력(Potential) ② 기술(Skill) ③ 성실성(Integrity) ④ 감성지수(PEQ) ⑤ 리더십잠재력(Leadership Potential) ⑥ 몰입(Commitment) ⑦ 결정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⑧ 지식(Knowledge)의 8가지를 거미집처럼 8차원으로 분석하여 개인적인 역량을 평가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묻는 우리 일행의 질문에 대하여 그는 어차피 평가라고 하는 것은 상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 일행은 무언가 새로운 평가기법을 기대해 보았지만 결론은 우리의 현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운 평가도구로 그는 네트워크 행태분석(Network Behavioral Analysis)을 주장하였다.
이는 이메일이나 전화, 직접 상담 등의 형태로 개인 간 주고받는 네트워크 연결을 중심으로 네트워킹 행태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각 개인별로 네트워크 행태 프로파일(Network activity profile)을 만들어 어떤 사람이 누구와 어떤 분야의 전문성에 대하여 가장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따위를 분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하직원 또는 동료직원에 대한 실시간 평가(Realtime Subordinate/Peer Assessment)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주요성과에 대한 매트릭스(Realtime Key Performance Matrix) 분석도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의 컨설턴트 들이 주장하는 인사이론의 중심에는 대부분 고성과 창출이 전제되어 있다.
그가 주장하는 고성과 창출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성과책임 문화를 만들 것(A Culture of Accountability)
② 그 성과책임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각종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것
③ 성과에 대한 최저기준을 설정할 것(Performance bottom line)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급속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세계기업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점진적으로 세계적인 통합 성과책임(Integrated accountability)의 형태를 띄게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은 형태의 성과책임을 갖게 된다는 의미=통합적 인사시스템 운영)
Dallas Baptist University를 나와 Mary kay 로 향하는 길목에 누군가가 현수막에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적어놓았는데 좋은 이야기 같아서 얼른 수첩에 적어 넣었다.
“I'm half the man when I was before"라는 말이었는데 아마도 현재의 나는 과거시절 자신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어떤 의미로 그런 현수막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오역인지 모르겠다.)
오후에 우리는 마리케이로 갔다.
마리케이는 미국에서 가장 큰 화장품 제조 및 판매회사 중의 하나이다.
마리케이에서는 우리를 위해 점심을 준비해 주었다.
미국사람들이 먹는 점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정말 맛없는 샌드위치를 맛있는 척하며 먹어야 했다.
야채, 고기 따위를 밀가루 전병으로 싼 것인데 나는 멋도 모르고 그걸 세 개나 들고 헤드테이블로 들고 가서 우걱우걱 맛있는 척하며 먹어야 했다.
그날 나는 Jim underwood 교수가 뽑은 추첨에서 당첨되어 마리케이 회장의 사인과 부사장 및 인사부장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도서 ‘Mary Kay Way’를 부사장으로부터 직접 선물 받았다.
또 한번 행운이 겹쳐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리케이는 인간존중 경영의 성공사례를 현실세계에서 보여준 회사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Back to the Basic' 이라고 하는 당초 Ash회장의 기본사상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이는 내가 늘 주장하는 자연법칙과 같은 개념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기본에 충실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먼저 그들만의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그들의 판매조직망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기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먼저 조직문화위원회(Culture Committee)를 만든다.
이 위원회는 보통 입사 5년차 이상 32년차까지 다양한 직원들로 구성되는데 주로 이 위원회에서 조직문화를 관리한다.
아울러 이 회사는 대부분의 미국 회사가 그렇듯이 끊임없는 리더십 교육이 이어진다.
이러한 교육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기성 간부직원에게는 Leadership Practice Rules 과정을, 그리고 신입사원에게는 New Employee Orientation 이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Culture Kit' 라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작은 상자를 필요한 사람들(주로 high performer)에게 나누어주고 있는데 그 상자 안에는 비디오나 책, 전통적인 물건(Traditional Items) 따위를 넣어 주로 깜짝 선물로 주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조직문화를 공유하기 위하여 이러한 작은 즐거움을 활성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을 보면서 우리도 무언가 우리에게 필요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거나 조직문화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CEO의 칭찬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하는 방식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화장품 판매회사답게 마리케이는 철저한 인간존중(엄밀한 의미에서는 직원존중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정신을 구현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Mary Kay Ash 여사의 기념관을 만들고, 자기 회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담아 박물관을 만들고, 세계 각국에서 일하고 있는 우수 근로자의 사진을 온 벽면에 붙여놓고 늘 그들을 존중하면서 마리케이 애쉬의 인간존중 사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날 저녁 호텔로 돌아와 우리 팀원 모두가 팀워크를 다지는 소주잔을 들었고 그 자리에서 나는 나의 승진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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