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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720 장인 장모로부터 사랑받는 법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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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한달이 그냥 훌떡 지나갔다.
미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온 거다.
미국 달라스를 거쳐 뉴 오올리언스에서 열리는 SHRM Annual Conference에 다녀왔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참석하는 컨퍼런스다.
인사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다녀와야 하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거기 가 있는 동안 나의 승진이 확정되었다.
전화가 자동으로 로밍 되는 바람에 국제전화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오랜 시간 전화 받을 수 없어서 모두 간단하게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시간대가 정반대이다 보니 내가 한참 자고 있는 새벽 두 세 시에 전화벨이 울리곤 했다.
나를 축복해 주기 위해 하는 전화에 무심할 수 없어 그래도 통화는 다 했다.
아마도 전화비가 꽤 많이 나올 것 같다.
다녀온 이야기는 보고서로 따로 만들었다.
 
호신이에게 숙제를 내줬다.
신입사원 워크샵 기간 중 읽었던 '카르마 경영'이 매우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 녀석에게  3일 이내에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방학 중이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므로 그걸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끝나면 곧바로 'Secret'을 읽게 할 것이고 Secret 읽기가 끝나면 내 책도 읽게 할 것이다.
그리고 공통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게 함으로써 녀석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할 예정이다.
내 생각대로 잘 따라와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녀석에게는 코칭 기법이 통하지 않는다.
SHED의 방법대로 때로는 강한 주도적 리더 역할을 하면서 지시 통제 중심으로 이끌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우선은 쉬운 방법의 주도적 교습방법을 취하고 어느 정도 자율적 수행이 가능할 때 자율성을 보장해 줄 작정이다.
 
아랫사람을 다룰 때는 때로는 주도형이 되어야 하고 또 때로는 사교형이, 때로는 안정형이, 때로는 신중형이 되어야 한다.
수시로 필요한 가면을 바꾸어 써야 한다는 거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집사람에 대한 관리도 마찬가지이다.
집사람을 지나치게 방종한 결과가 지금의 집사람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토요일은 인사관리 협회 구본희 편집장이 부탁한 코칭에 관한 원고 작성 때문에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아침 새벽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영화 한 편을 본 것 외에는 하루를 모두 거기에 쏟아 부었다.
 
어제(일요일)는 장인어르신이 내 승진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시흥 처가를 찾았다.
먼저 집 앞에 있는 권서방네 순대국 집에서 순대국 3인분을 샀다.
그것은 정말 좋은 집사람 아이디어다.
하지만 집사람은 자기 부모에게 가면서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것을 꺼려한다.
삶아 먹을 돼지고기와 순대국만 달랑 가져가려 했다.
자신은 부모라서 괜찮을지 모르지만 그게 나에 대한 망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가는 길에 먼저 수퍼에 들러 한우 소고기 갈비살을 9만원 어치 사가지고 들어갔다.
그런데 집사람이 돼지고기만 삶아 내온다.
내가 고기를 구을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하니 돼지고기 다 먹고 나중에 하겠단다.
나중에 하면 배불러서 맛이 없다고 하고 얼른 굽게 했다.
처남댁이 나서서 고기를 구웠다.
 
술을 마시던 중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장인과 그를 미워하는 처남 간 격돌이 있었다.
부자지간이지만 두 분 모두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에 열중하여 상대방의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내가 중간에 나서서 처남에게 노인의 지혜를 이야기 해 주었다.
노인들은 지식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젊은 사람보다는 지혜가 많다.
비록 농사를 짓는 사람일지라도 열심히 농사일에 종사하다보면 그 일을 통해 도를 깨우치게 되고 그것은 학문을 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지혜로서 서로 통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말씀을 틀렸다고만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쩌면 처남이 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를 설득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두 분은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아마도 장인 장모는 자신들의 편을 드는 내가 무척이나 예뻤을 것이다.
처남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위는 그렇게 장인장모로부터 예쁨을 받는 거다.
그렇다고 처남에게 상처를 준 것도 아니다.
아마도 처남댁에게 왜 아버지랑 언쟁을 벌이냐며 처남이 혼이 났을 수도 있다.
내가 도대체 무슨짓을 한 건가!
무명인이 유명한 대학 교수님께 훈시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