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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724 선물론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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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은진이는 내 멘티인데 모처럼 본사에 올라왔다기에 잠시 내 사무실에 들르라고 했다.

녀석은 구판장에 들러 롤케익까지 사가지고 왔다.

처음 오는 길인데 그냥 오기 무엇해 빵이라도 사들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던 듯싶다.

신입사원이 처음 찾아뵙는 멘토에게 그걸 사오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나도 그랬으니까.

그냥 갈까?

무얼 살까?

얼마짜릴 살까?

어떤 빵을 살까?

어떻게 전달할까?

좋아하실까?

따위의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팀원들과 그 빵을 나누어 먹으면서 은진이의 마음을 생각했다.

사람은 그런 선물을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끈을 연결하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끈이다.

빵을 매체로 마음의 끈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물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선물엔 돈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

아주 특별한 마음을 듬뿍 담을 때 단단한 연결고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는 그런 특별한 선물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내 경우는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가 않다.

아마도 내겐 그런 배려의 마음이 부족한 모양이다.

어릴 때부터 그런 경험이 많았다면 잘 할 수 있을 텐데 내겐 그런 연습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타고난 운명이 을보다는 갑의 입장을 지속하도록 되어 있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라도 많은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집사람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마음을 가득 담은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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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승진축하연을 벌였다.

그런 행사를 할 때는 적어도 당사자에게는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할 예정이라는 것을 미리 협의했어야 한다.

총무팀장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장소와 방법을 처장에게 적당히 보고하고 우리에겐 통보만 하고 진행했다.

그 바람에 어제의 일기에 작성했던 화려한 건배사는 결국 써먹질 못했다.

회식장소인 대도식당은 좌석이 2백 여 명은 족히 앉을만큼 엄청 넓은 장소다.

운동장 같이 넓은 장소에 여기저기 다른 사람들과 섞여 앉아 왁자지껄 아수라장을 이룬 장소에서 건배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음식 맛이나 먹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회식 장소를 정하는 것도 일종의 배려가 필요하다.

주인공이 무얼 원하는지 그리고 원하는 것을 가장 잘 받쳐줄 수 있는 장소가 어떤 곳이고 어떤 절차가 편안한지 따위를 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그래서 의전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전도 일종의 배려인 것이다.

모두를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형식화 한 것이 의전인 것이다.

그런데 가끔 그것을 무슨 권위주의의 산물인 양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멋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어제의 회식은 그 목적 자체가 무엇신지 모를 정도로 무질서했다.

그냥 모처럼 소고기를 준비했으니 많이 처먹어라라는 의미 밖에 없는 것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엔 그래서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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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처장이 쓸쓸하게 돌아가는 자리에 내가 따라붙어 한잔 더하자고 했다.

내심 미안한 감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승진했기에 그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우리 인사처장이 승진하는 바람에 그가 떨어진 것이다.

그래도 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백처장에게 마지막까지 다가가 한잔 더 하자고 했던 것이다.

내 제안에 대한 거절의 사유로 딸을 만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그와 헤어져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현암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 주말에 어딜 가는 게 좋겠냐는 질문을 했다.

사실은 현암의 시간이 어떤지 함께 갈 수 있는지 따위를 묻기 위한 것이지만 그렇게 직접적으로 묻기 보다는 어딜 가는 게 좋겠냐는 질문으로 우회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대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이 나온다.

마지막에 같이 가자는 표현 대신 토요일 새벽에 전화 하고 댁으로 가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는 그냥 오케이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이번 주말엔 홍천강을 한번 다녀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