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722 결과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같아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30.
728x90

20090722().

전날 마신 술로 아침이 조금 힘들었지만 잘 버텨냈다.

아침에 유난히 많은 물을 마신 것 같다.

그럴 경우 대부분 설사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잘 견뎌준 간장과 대장이 고맙다.

****************

조홍제가 멘토링 보고서를 들고 왔는데 무언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어서 손을 보았다.

새로 온 조차장에게 아직 완전한 것을 기대할 순 없다.

다행히 그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우리 팀원들에겐 나라는 팀장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많이 조심스러울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종사해 온 전문가의 통찰로 자신이 생각 못했던 부분을 매섭게 꼬집고 보강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내게 지적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보고서 글자 하나라도 더 보고 보다 나은 생각을 하려 애쓸 것이다.

아이들이 나에게 아버지는 이런 사람’ 이라고 단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모두가 권위가 가져오는 긍정적 학습효과다.

***************

차장들 코칭 피드백을 몇가지 정리해 입력했다.

김병옥 차장에게는 의도적으로 칭찬 비슷한 멘트와 더불어 긍정적 피드백을 해 보았고 이명환 차장에게는 6시그마와 관련하여 내가 지시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전적 피드백을 해주었다.

연원섭 차장은 초간제도 개선과 관련한 노사협의가 부진함을 이유로 발전적 피드백을 입력했다.

***************

저녁 약속이 연기되어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갔다.

7시경에 회사 문을 나섰는데 완전히 백주 대낮이어서 생소하다.

집에 도착해 집사람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아침에 먹다 남은 북어국에 밥을 말아 비름나물과 김치를 얹어 먹으니 맛이 일품이다.

여름날엔 그냥 냉수에 밥 말아 김치 얹어 먹어도 괜찮다.

우리 어릴 땐 다 그렇게 먹고 컸다.

학교 가기 바쁜 날 뜨거운 밥 먹기가 어려우면 냉수에 밥 말아 김치 조각 얹어 훌훌 마시듯 입에 넣고 씹는 둥 마는 둥 삼키며 순식간에 밥 한 그릇 뚝딱하고 급하게 등굣길 농로를 달렸었다.

우리 나이 세대는 다 그렇게 컸다.

그러니 살 찔 새가 어디 있겠는가!

살이 많이 찌면 생각이 게을러지고 생각이 게을러지면 두뇌 활동이 둔해진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밥을 먹어보지 못하고 자랐다.

지금껏 쟁반 같은 접시에 수북이 담긴 고기반찬을 끽소리가 날 때까지 먹으면서 자랐다.

아이들 모두 날 닮아 식탐은 많아서 필요이상의 음식을 먹고 결국 살만 찌웠다.

****************

영화를 봤다.

최준원 차장이 다운로드해서 준 미국 드라마다.

어느 날 갑자기 4400명이 동시에 증발되었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어 있었다.

질병을 고치는 능력, 예견 능력 등 다양한 형태의 능력을 부여받은 그들이 미래 인류 구원활동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조금 황당하지만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다.

어제 본 내용에는 주인공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내용이 있다.

우리도 특정인의 생각이 주변의 일반적인 사람들과 지나치게 다를 경우에는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어느 순간 우리가 그렇게 분류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씩은 다른데 법, 도덕, 관습, 종교 등 커다란 맥락에서의 규범에 순종할 뿐이다.

그 다름이 지나쳐 편집적 성향을 띄면 세상 살이가 어려워진다.

****************

운경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현암 선배가 염려한 대로 낚시대를 납품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납품하지 않고 자작으로 끝날 거라고 찰떡같이 약속해놓고 이를 어긴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사이버준으로부터 들었다.

내가 처음 운경선배를 접했을 때 그의 마음속이 어땠는지 몰라도 겉으로 보기엔 현암으로부터 견지대 제작 노하우를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현암선배는 한 성질 하시지만 뒤끝 없고 깔끔하다.

그는 견지낚시대를 절대 상업화하지 않고 동호인간 나눔용으로만 제작한다는 원칙을 강하게 견지한다.

자신이 정한 원칙에 충실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순수를 향한 열정이 지나칠 정도다.

운경선배의 그런 배신행위를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외로워 내게 전화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유난히 견지대 재료에 욕심이 많은 그를 당초 노인성 치매로 분류했었다.

결과적으로 생각하니 이미 계산된 재료 수집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재료수집이 다 끝나자 본격적으로 상업적 목적으로 견짓대를 만드시는 모양이다.

현암 후배에게 그렇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독하게 참아낼 때는 무언가 독한 목적이 숨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노하우를 모두 전수받은 운경이 그렇게 매몰차게 현암선배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무서웠었다.

운경선배가 내게 전화한 사실을 현암선배가 알면 억장이 무너질 거다.

그래도 나는 운경에게 따뜻하게 대해준다.

운경이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결과적으로는 동일하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특별히 편애하거나 미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모든 사람을 다 포용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운경이 공방에 놀러오라고 야단이다.

시간이 나면 한번 다녀와야겠다.

내가 그런 걸 알면 현암 선배가 뒤집어지실 거다.

어쨌거나 두 분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날 미워하고 만나기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다.

운경에게 이번 주말에 낚시나 같이 가자고 제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