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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818 나를 잘근잘근 씹어대는 사람들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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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호사다마라더니 요즘들어 부쩍 꼬이는 일이 많다.

호신이와 오늘 아침 또 한 판 푸닥거릴 하고 나왔다.

지난 14일 까지가 등록기간이었는데 호신이는 그것도 모른 채 마감일을 넘겨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집사람이 녀석에게 여러 차례 2학기 등록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녀석은 귀담아 듣질 않았고 결국 등록 기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녀석은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녀석에게 엄마가 등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언제 들었느냐, 그래서 등록은 했느냐, 왜 등록을 안했느냐 따위의 질문을 이어갔다.

녀석에게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거나 무언가 다른 뜻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부터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녀석은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일 뿐 별다른 의도로 자신의 의무를 해태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아무 대답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슨 다른 의도로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녀석은 어렵게 이렇게 얘기한다.

고등학교 때처럼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줄 알았어요.”

 

녀석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큰 게 문제인 것 같다.

녀석은 입만 살아 나불거릴 뿐 생각은 아직 중학생 수준인 듯하다.

요즘 '아웃라이어'를 읽으면서 내가 녀석에게 큰 실수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키선수들 중에는 1~2월생이 많은데 이는 같은 학년 다른 아이들보다 몇 달 빠른 것은 신체적으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앞서가게 했고 그러다보니 운동에도 성공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이런 성공경험이 그들을 스스로 훈련에 몰입하게 하여 성공에 이르게 했다는 이론이다.

그것은 생월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지만 생년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데 특정년도의 국제적, 국가 사회적, 또는 자신 주변의 환경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웃라이어는 자신이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만들어 지는 것이라는 게 말콤 그래드웰의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천재는 자신의 자발적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주변 환경이 이를 도와야 한다.

그런데 내가 녀석의 생월을 4월에서 2월로 2개월이나 앞당겨 조기입학 시켰기에 생일이 1월인 아이들보다 무려 16개월이나 빨리 학교를 보낸 거다.

녀석의 머리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가장 어린 아이가 학교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경험 보다는 오히려 좌절경험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그 아이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제는 김용배가 전화를 해서 자신의 본부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준다.

홍종광 충남본부장은 조직개발팀장 시절 문호 기획처장과 함께 박정석을 전문원으로 신분변경하여 순환보직을 면하게 하려 했는데 내가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그만 그랬던 게 아니고 홍보실은 홍보실대로, 경영평가팀은 경영평가팀대로, 심지어는 감사실과 중앙교육원까지 그런 생각을 내게 요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문호 처장의 뜻을 존중해 그들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한 보고서를 만들었었다.

가장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승환 처장은 의외로 잘 넘어갔는데 함윤상 본부장에게 가서는 혼줄만 나고 되돌아 왔었다.

이런 사정을 보고서의 내용까지 첨부하여 문호 기획처장에게 우편으로 알려주었는데 그가 홍종광 당시 조직개발팀장에게는 그 내막을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지금 충남본부장으로 가 있으면서도 나를 씹어대며 그 때의 서운한 감정을 부장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MBO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감정을 실어 '인사처 출신 놈들이 하는 짓거리'로 비하하는 모양이다.

정말 답답하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고 그들 모두의 입맛에 맞는 제도를 만들거나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정도의 욕지거리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한 두 해 이런 생활을 해 온 것도 아니다.

 

집사람은 무엇에 삐쳤는지 또 뾰로통해져 있다.

그녀는 나를 그냥 저 혼자만 챙기는 이기주의자로 생각한다.

말 없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나도 아무 말 안했다.

그녀가 아프다는 데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알 수가 없다.

 

어제 오전에는 정전무님 모시고 BS원장과 함께 점심식사까지는 잘 하고 들어왔는데 오후부터는 이상하게 꼬이는 일들만 계속되는 것 같다.

 

차장들을 소집해 한마디 했다.

여러분 스스로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여러분이 설자리는 없다.

여러분은 이제 업을 걸고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러분은 팔이나 다리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 머리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오늘 하는 일은 늘 어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이다.

그러므로 회사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출퇴근 하며 오가는 길이나 집에서도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들 가운데

정말 이것은 나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생각이었어.’

하고 내세울만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봐라.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노력 없이는 탄생할 수 없다.

1만 시간은 하루 세 시간씩 연습한다고 했을 때 10년의 세월에 해당한다.

지금 주변의 환경을 바라보라.

인력개발팀이 엄청 확장돼 있고 조직개발팀까지 들어와 있다.

그들은 우리의 업무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여러분이 나태해 있는 사이 그들은 여러분의 일을 몽땅 가져갈 것이고 여러분은 결국 설 땅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 어려운 길을 누가 지켜왔는데....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so humble한 기피직무를 묵묵히 인내하며 지켜온 게 누군데...

하며 주장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앞으로 가장 각광받아야 할 우리들 자리인데 그걸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내주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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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엔 긴장과 이완이 동시에 필요하다.

칭찬과 인정도 필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강하게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걸 이번 교육을 통해 배웠다.

가끔씩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매를 들 필요가 있듯이 조직에도 매를 들 필요가 있다.

이젠 강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