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824 돌아온 탕아 호신이에게 내건 주문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5.
728x90

20090824()

호신이는 그날 저녁 돈데이의 주방 실장이모가 달래서 직접 우리 집까지 데리고 들어왔다.

나나 집사람이 너무 단호하게 대하니까 아이를 걱정해서 일부러 집까지 와 준 것이다.

이번 기회에 녀석을 한번 제대로 시험해 볼 심산이었는데 천방지축 까부는 녀석에게 인복이 있는지 좋은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

 

토요일은 고민을 많이 했다.

테니스를 하러 갈까, 낚시를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테니스로 방향을 정했다.

지난주에 다녀온 홍천강에 물놀이하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물이 차지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테니스로 정한 거다.

테니스를 다녀와 영화를 연이어 네 편 보았다.

********************

일요일 새벽 네 시에 잠에서 깨어보니 거실에 불이 켜져 있다.

거실로 나가 보니 호신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다시 다섯 시에 깨어 나가보니 녀석은 그 때까지도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컴퓨터 앞에서 밤을 꼴딱 새운 것이다.

녀석이 컴 앞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내가 거실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사이 녀석은 컴 앞에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를 꺼내  시리얼에 말아 먹은 후 제 방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문을 닫아놓고 있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지난밤에 그런 난리 굿을 벌여 놓고도 조금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이 태연하게 그런 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알면서 반항하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테니스를 다녀와서 아침식사가 끝난 후 녀석을 앉혀놓고 일장훈시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5분 내에 적어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40분이 지나도 안 가져오기에 방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침대에 엎어져 자고 있다.

밤을 꼴딱 새웠으니 졸릴 수밖에...

효자손으로 녀석의 허벅지를 찰싹 때려 깨우고는 밖으로 끌어내어 일장 훈시에 들어갔다.

그동안 밀려있던 숙제들을 한꺼번에 검사한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5분 내에 계획을 세우라고 했는데 왜 잠만 잤느냐

독후감 쓴 것을 올리라고 했는데 왜 아직 안올렸느냐.’

공부를 할 것인지 그냥 놀며 청춘을 낭비할 것인지를 확실히 결정해라.’

그동안의 행태를 보아 내가 보기엔 네가 공부엔 관심이 없어 보이니 공부하기 싫으면 월요일에 학교 가거든 곧바로 휴학신청을 해라.

그리고 놀려면 본격적으로 제대로 놀아라.

지쳐 쓰러져 더이상 놀기 싫을 때까지 놀아라.

그리고 노는 게 싫증나 공부라도 해보고 싶거든 그 때 공부해라.’

만일 지금부터 공부하기를 선택했다면 알바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공부해라.’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두 가지를 하면 죽도 밥도 안되니 알바를 그만두고 학업에 정진해라.’

‘네 방 청소를 확실히 해라.’

책상위에 지금 당장 히고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올려놓지 마라.’

네 침대는 쓰레기통이 아니니 침대에 쓰레기를 어질러놓지 마라

********************************

 

온갖 주문을 늘어놓은 뒤 어머니 생신이어서 집사람과 시골엘 내려갔다.

안중 장수촌 오리집에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큰누나와 형님 그리고 작은 아버님 내외와 큰외삼촌이 함께 자리했다.

점심으로 누릉지 오리백숙을 먹었다.

어느 누구 하나 술 한 잔 하고싶어 하는 사람이 없어 그냥 말없이 밥만 먹었다.

작은 아버지가

술 한 잔 안하니까 영 맹숭 맹숭 해여.”

하신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 술 권하는 사회다.

술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대화의 단서를 구한다.

하지만 작은 아버지든, 외삼촌이든 모두 암 수술을 받으신 분들이어서 술을 마실 수 없다.

요즘은 도로사정이 좋은 데에다 막 방학이 끝나는 시즌이어서 차들이 그리 많지 않아 한 시간여 만에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 두 편을 더 봤다.

몸이 피곤하지 않다면 영화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영화 속 삶이 꼭 현실과 같지는 않지만 현실 같은 가상세계를 간접경험하게 함으로써 상상력의 범주를 넓혀준다.

물론 영어 듣기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저녁 10시가 넘어가면 나는 잠자리에 든다.

집사람이 호신이에게 집 현관 문 키번호를 일러주지 않아 늦게 녀석의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12시 반쯤 된 것 같다.

평소에는 늘 새벽에 들어왔었는데 오늘은 알바 끝나자마자 바로 들어온 것 같다.

실장이모가 일찍 들어가라고 설득해 보낸 게 아닌가 싶다.

 

아웃라이어를 모두 읽었고 지금은 게리 해멀의 경영의 미래를 읽어나가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책은 손에서 놓지 않아야 한다.

끊임없이 책을 읽으면 지식의 폭도 넓어지지만 상상력도 풍부해 진다.

그러니 남들보다 더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

책 읽는 것이 즐거워서 책을 읽을 정도로 책 읽기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마치 연속극이나 흥미진진한 영화에 빠지듯이 책 속에 빠져들어야 한다.

계속 책을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중독이 되듯 그렇게 빠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독서가 중 실패한 사람은 없다.

역사 속 모든 위인 중 책읽기를 게을리 한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