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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827 사장과의 이메일 선문답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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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7()

사장님께 메일을 보냈다.

사장이 조합원인 직원을 간부직위에 보직할 수 있는 전방위 보직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나는 검토서를 이메일 보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처장님께 건의했다.

조합원을 간부직위에 보직하면 조합원과 간부직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너져 곤란하므로 직무대행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심사승격을 활용하여 보직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 생각을 올린 것이다.

이를 보신 사장님이 답신을 보내왔다.

‘4직급을 관리직에 보직 시에는 노조 탈퇴임

이라는 답변이다.

처장님이 이 답신을 보시고 놀라서 나를 불렀다.

사장님의 답신 내용은 단체협약에 정한 조합원의 가입범위 조항에 위배된다고 설명 드렸다.

노조법에서는 하는 일직무를 기준으로 해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구분한다.

다시 말해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는 비조합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해서 정해진 우리 단체협약은 4직급 이하 직원은 모두 조합원, 3직급 이상은 모두 비조합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4직급이 3직급 직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원의 범주를 직급으로만 구분하고 있어서 그는 조합원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려면 조합원의 가입자격부터 다시 정의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는 노무처 업무에 해당된다.

지난번 사고도 있으니 노무처장에게 먼저 보고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명환 차장의 의견을 들어 노무처장에게 올라갔다.

노무처장은 사장님이 왜 거기에 연연해하시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배경 스토리를 설명해 주었다.

하나의 본부에 두개의 노조지부를 운영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둘 중 한사람을 전방위 보직시켜 빼낼 생각을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 내용들을 들으면서 조금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지시하는 상급자는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만 물으면 된다.

그리고 그런 지시를 받은 담당자는 그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고 가능하다면 이를 이행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 내면 되는 것이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모르면서 사장이라고 당신 생각을 대안으로 강제이행시키면 문제가 터지도록 되어있다.

어떤 형태로든 시행만 하면 되는 것이지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까지 CEO가 지시할 필요는 없다.

이제 더 이상 이메일 보고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장으로부터 시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직무대행 방식으로 곧바로 발령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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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최차장을 불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상의했다.

상의했다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대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최차장은 최근에 사장님이 행하고 생각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사무직을 철저히 무시하고 기술직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점이라거나 이러한 생각에 발맞추어 인사처나 기획처에 적어도 2~30%는 기술직이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이 난무하는 점, 파격적 승진인사에 대한 허구성 따위와 관련된 것들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말은 안하지만 사장이 지시한다고 원칙 없이 그렇게 잘못된 지시를 어떻게든 맞추어보려 하는 당신도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뉘앙스의 불만 섞인 표현이 귀에 들어왔다.

나는 말 한마디 없이 일단 계속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마지막에 그러면 일단 검토서를 한번 만들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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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라 하더라도 부하직원의 솔직한 생각은 반드시 같은 솔직함으로 공감해 주어야 한다.

그게 공감의 기본이다.

때로는 상황에 따라 다른 가면을 써야하지만 들을 때는 상대방과 하나가 되어 공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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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남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규는 요즘 주 5일제 근무를 한다고 했다.

수요일과 토요일을 교대로 쉬는 모양이다.

그간 병원 시스템을 많이 개선한 모양이다.

모든 근로자는 적당히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더욱 더 그 균형이 요구된다.

낚시이야기를 하다가 이번 주말에 내가 그를 데리고 홍천강엘 가기로 했다.

잘하면 새로운 조사 한 가족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그의 형들은 낚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잘하면 그의 형들까지 온 가족을 데리고 홍천강엘 가서 견지낚시 강습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