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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914 좌장이 신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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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월 한 달도 절반이 지나가 버렸다.

지난주에는 6시그마 트레이닝반 교육엘 다녀왔다.

30여명이 모여 교육을 받았는데 쉬운 교육이 아니었다.

통계적 기법을 이용해 현상을 파악하여 문제의 핵심 원인을 규명한 후 가장 적합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방법론을 배웠다.

원래 수학이 조금 약했지만(약했다기 보다는 공부를 게을리 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통계학을 새로이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교육이 종료되는 마지막 시점에서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서양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모든 것을 통계적으로 분류하여 범주화하고 경향성을 분석하여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우리네 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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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첫날 원장 방엘 갔다.

자신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무엇이든 원장님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답을 건넸다.

내게 주어진 4일 동안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사고 했다.

그날 저녁 횡성 한우집에 모였는데 그는 식사장소에 아카데미 팀장들 전원을 불러들였다.

나는 원장 바로 코앞에 앉아 넙죽넙죽 술을 받아먹다가 결국 한 방에 가버렸다.

그 어느 누구도 원장 앞에서 말 한마디 없이 술잔만 만지작거릴 뿐이다.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고 즐기는지 모르겠으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술자리 분위기가 삭막하다.

나만 혼자 깔깔거리고 까불대며 분위기를 up시키려 최선을 다하다가 결국 장렬히 전사한 거다.

그 앞에서는 술자리에서조차 농담을 함부로 주고받지 못한다.

잘못 까불다간 그의 분노가 폭발해 한방에 가버리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도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듯하다.

일정 수준 이상 술기운이 올라가면 분노가 폭발하는데 누구든 꼬투리가 잡히면 졸지에 그자리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의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을 만큼의 수준에서 농담을 주고받았고 나와 함께 고생하던 과거사를 상기시켜 그가 신이 나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과거에 발전 자회사 파견자들과의 협상테이블에서 있었던 해프닝에 대하여 그는 신나게 이야기 했다.

어떤 자리이건 좌장이 신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최고다.

그것이 협상테이블이건 만찬장소건 상대방이 즐겁고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첫날은 교육원 팀장들과 소주잔을 나누었지만 둘째 날은 공부가 하고 싶었다.

부지런히 저녁식사를 마친 후 테니스장에 나가 박해득 차장과 테니스를 했다.

6시에 저녁을 먹고 7시 반 정도까지 테니스를 한 후 합숙소에 들어와 책을 봤다.

다음날은 경영연구소의 이현빈 부장과 기반센터의 김병인 부장이 저녁에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해 밖에 나가 횟집에서 소주를 나누었다.

연수원의 권기보 팀장과 팀장급 교육생들을 모두 모으니 8명이 되었다.

내가 승진 턱으로 술값을 내겠다고 하고 날 위해 박수를 쳐달라고 하고 계산대에 나가보니 이현빈 부장이 먼저 술값을 계산해 버린 뒤였다.

결국 한 잔 더 하는 수밖에 없어 2차를 모집하니 이현빈 부장과 김병인 부장 밖에 없다.

셋이서 맥주 집에 가 맥주를 마신 후 카드로 계산하고 금액을 확인해 보니 45000원 정도 나왔다.

그정도면 셋이서 맥주를 꽤 여러 병 마신 것 같다.

결국 이날도 맛이 가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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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과 견지 같이 갑시다란을 보니 여우섬 여울에서 12일 야영을 한단다.

제드에게 전화를 걸어 무엇을 준비해 가면 되겠느냐고 했더니 지난번 닭백숙이 괜찮았다며 그걸 해오란다.

집사람에게 닭백숙을 부탁했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 밀린 메일을 읽고 정리했다.

그걸 정리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집사람에게 지난번에 만들어 준 닭백숙을 제드가 무척이나 좋아하더란 이야기를 했더니 이번에도 신이 나서 준비해 주었다.

사람은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불편한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결국 생각의 방향을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일을 즐겁게도 하고 괴롭게도 하는 것이다.

다음날 있을 견지여행 때문에 들떠 역시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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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섬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여름에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즐비 내외가 왔고 대전에서 하늘과 금이성이 왔다.

하늘은 가정의학과 의사라고 한다.

그는 대하를 한 박스 사왔는데 그걸 구워먹으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여기저기서 먹거리도 참 많이 준비해 왔다.

하늘은 그자리에서 기타를 꺼내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옛날 노래를 많이 알고 있었다.

그의 기타연주에 맞추어 모두들 노래를 흥얼거렸다.

모두들 나보다 젊어그런지 그나마 내가 제일 가사를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까만 밤 물가에 앉아 몇 곡을 그렇게 따라 부르다가 더 이상 뭉그적대다간 과음할 것 같아 차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에 들어갔다.

역시 물고기가 잘 안 나온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다시 물에 들어가 겨우 한 수 하고는 물을 나왔다.

계속 나오지 않던 중에 한 수를 끌어내니 대공, 한빈아빠, 겨울아이, 하늘, 즐비내외 모두 나와 내가 끌어내는 현장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여우섬을 출발해 국도로만 달렸더니 막히지 않아 두 시간 만인 12시 반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벌초하러 다니는 사람들로 도로가 많이 밀릴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아침이어서 다행히 길이 덜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