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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929 여우섬 번출 조행기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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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9()

어제는 퇴근 무렵에 권춘택 부장이 전화를 했다.

백재현 팀장도 붙잡아 놓았으니 저녁이나 같이 하고 가잔다.

'아리랑'에 가서 간재미 무침에 막걸리를 마셨다.

거기서 선진화실 김완호와 안규선을 만났는데 2차 생맥주집에서 조차 그들을 또 만나게 되어 합석을 했다.

나는 김완호 부장에게 현재 사업소에서 느끼고 있는 불만을 이야기해 주었다.

식스 시그마 과제가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많은 사람들이 불평을 하더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무언가 와전되었다며 과제 합격률이 95%정도이고 탈락되는 5%TDR 과제를 베낀다거나 과거 제안내용을 베껴내는 따위여서 별 어려움이 없을 거란다.

그 정도면 문제가 없는데 그의 말대로 무엇인가 와전된 모양이다.

 

오늘은 조행기를 멋지게 한번 써보기로 했다.

 

내 안에는 늘 분출되지 못하고 응어리져 남아있는 욕망의 덩어리가 있다.

대체로 내 기대를 저버리는 가족 때문에, 혹은 직장의 상사나 동료 또는 부하직원 아니면 일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다.

그게 쌓여서 안으로 폭발하면 사람들은 심한 내상과 함께 시름시름 앓다가 조용히 죽어간다.

그게 만일 밖으로 표출되어 제대로 폭발하면 심한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대체로 교도소에 가면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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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이 양적으로 계속 쌓이다 보면 더 이상 쌓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질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마치 물을 끓이다 보면 100도가 넘는 순간 물이 끓어오르면서 액체가 기체로 변하듯이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임계점까지 죽도록 노력해야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분출되면서 질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진리를 자연법칙이라고 부른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체로 선한 이유는 바로 폭발 직전의 임계점 관리를 잘한다는 데 있다.

그들은 임계점에 다다르지 않도록 늘 자연을 찾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응어리를 승화시킨다.

초록빛 산과 강을 찾으며 여유 만만한 스침 동작과 함께 물고기와의 놀이에 몰입한다.

이 몰입은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을 까맣게 잊게 한다.

그러면서 내 안의 응어리도 잊혀져 간다.

응어리래야 별것 없다.

단지 생각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걸 생각의 복합체 즉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게 사람을 죽게도 하고 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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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만 되면 마음이 들뜬다.

그냥 생각만 해도 처녀 가슴처럼 탱글탱글 부풀어 오른다.

내가 한빈아빠에게 영죽리 여울에 같이 서자는 오퍼를 냈을 때 그의 댓글 안에서 진심으로 환영하는 해맑은 미소를 발견했었다.

사실 잠도 안 오는 터여서 7시 이전에도 도착할 수 있지만 8시까지 오면 된다는 한빈아빠의 말에 일부러 뭉그적거리다가 정확히 8시에 영죽리에 도착했다.

그걸 보면 나는 바보스러우리만치 교과서적으로 산다.

여덟시 반부터 스침을 시작했는데 피라미만 열심히 달라붙을 뿐 영 누치 소식이 없다.

10시 반쯤 되었을 무렵 하얀나비 선배님이 도착했다.

마침 한빈 아빠는 아침도 못 먹고 여울로 달려왔다기에 곧바로 점심 모드로 들어갔다.

내 스타일대로 김치찌개 잡탕을 끓여 소맥을 두어 잔씩 말아 나누고 물에 들어선다.

영죽리 여울은 유난히 텃세가 심한 것 같다.

바닥도 험난하고 고기가 있을만한 장소인데도 영 물어주질 않는다.

여울도 빠듯하게 두 명 정도 밖에 설 수 있다.

왜 한빈아빠가 대공과 둘만의 밀회를 즐기려 했었는지 알 것 같다.

그냥 꽝치고 물러설 것인가 하나라도 걸어볼 것인가 고민하다가 마지막 오기를 발동하여 다시 차분하게 바닥 읽기에 들어갔다.

결국 오기의 끝에 한 놈이 나타나 인사를 하는데 보통 녀석이 아니다.

치고 나갔다가 끌려오기를 대여섯 번 정도 한 것 같다.

나와 재어보니 간신히 대멍 반열에 들까말까 하는 녀석이다.

남한강에 먹거리가 풍부해서인지 몸통도 완전 고도비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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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섬

유난히 음기가 센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제드가 자주 찾는 모양이다.

장가나 갈 일이지...

제드는 완전히 잔칫상을 차렸다.

바비큐에, 묵은지 찜에, 오뎅에, 소주 안주로는 입맛에 짝짝 붙는 것들만 내어놓았다.

역시 그는 위대한 술꾼임에 틀림없다.

술잔에 사랑을 담아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랑 나누는 술은 신성스럽기까지 하다.

육체적 나이는 내가 더 많지만 정신연령은 같거나 오히려 내가 더 어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 어울리며 그와 정담을 나눈다.

정담이란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말이다.

그래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어도 웃음꽃만 만발한다.

나는 술이 많이 취하면 정신을 잃는다.

그래서 술이 너무 취하면 나 아닌 나가 되기 전에 얼른 집에 들어가 잠을 잔다.

간단한 맥주 한 잔은 몰라도 2차는 절대 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차 가면 한두 잔 마시다가 곧바로 잠들기 때문이다.

얼굴에 취기가 오르는 게 어림잡아 소주 한 병 이상 마신 것 같아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술 취해 추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얼른 시야에서 사라져 주는 게 서로에게 좋다.

그래도 나의 애마 로시난테(산타페 차)는 술 취한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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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여명이 밝아올 무렵 부지런히 수장대를 박아보지만 그날 오후 한시가 넘어가도록 입질만 서 너 번 받았을 뿐 한 마리도 낚아보질 못했다.

그사이에 불거지는 강심에 서서 들어서자마자 연거푸 세 수를 걸어낸다.

그 때 갑자기 어디서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진원지를 조용히 찾아보니 그것은 바로 수년간의 내 견지 실력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소리였다.

더 이상 창피를 떨 일도 아니어서 얼른 낚시를 접었다.

가슴에선 계속 ! ! !” 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견지친구들이 베이스 캠프에서 나를 보고 웃는 듯하다.

, 개망신이다!

나도 바보처럼 피식 웃는다.

그래, 꽝이면 어떠냐. 제드와 팬더 예비 내외가 만들어준 묵은지 바비규에 찰찰 넘치는 소주잔 그리고 황태 해장국보다 더 큰 대멍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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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늘 자연을 찾는다.

자연에는 자연법칙이 존재한다.

자연법칙은 가장 중요한 내 삶의 기준이다.

그래서 견지낚시가 좋다.

그래서 견지 친구들이 더욱 정겹다.

 

여우섬 조사 여러분!

덕분에 정말 잘 얻어먹었습니다.

담엔 제가 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