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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1005 잔머리는 사탄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재앙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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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5.

집사람 접촉사고는 문방내 사장에게 처리를 부탁했다.

매사 전문가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모르면서 직접처리한다고 잘못 나서다간 상대방 전문가에게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보험이든 뭐든 믿는 사람에게 그냥 믿고 맡겨 그들로 하여금 나의 후견인 역할을 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견적서를 뽑고 이에 따른 보상과 폐차비용 그리고 수리 기간 동안 사용 못하는 자동차 출퇴근 보조비 따위를 합쳐 적어도 30만 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측이다.

그래서 대우자동차에 전화를 걸어 41만 원 짜리 CD USB Player가 달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주문했다.

대우자동차 담당자가 자동차 대금을 즉시 입금하면 바로 차를 뽑아 주겠노라고 해서 그날 곧바로 입금을 시켰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는 한 대 남아있던 차를 그사이 누군가가 가져가 버렸다는 것이다.

미안하다고 하더니 대신 CDP가 달린 차량은 곧바로 수배가 가능하니 그걸 집사람에게 물어봐달라고 했다.

집사람은 CDP에 대하여 별 필요성을 못 느꼈고 나도 그리 음악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어서 41만 원이나 주고 돈 아깝게 그걸 달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자동차 접촉사고로 의외의 공돈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달라졌는지 이번엔 집사람이 그걸 달잔다.

말인 즉은 아이들도 있고 하니 그걸 다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나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왕 자동차 사주는 것 군소리 안 나게 풀 옵션으로 해 주는 게 좋겠다 싶어 대우에 다시 전화를 걸어 주문 내역을 바꾸었다.

담당자는 고맙다며 윈드스톰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자전거 한 대를 사은품으로 주겠단다.

덕분에 자전거도 생기고 집사람에게 인심도 얻고 자연스럽게 폐차처분도 하여 모든 게 종합적으로 해결된 것 같다.

인생이 매사 이렇게 자연스럽게 잘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전화위복의 고사성어는 일종의 자연법칙이다.

***************

추석 명절이 지났다.

형수가 살아계셨을 땐 그래도 둘이 나누어서 음식을 장만했는데 이제는 집사람이 혼자서 해야 하니 영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집사람이 밤을 새워가며 음식을 장만했다.

몸도 마음도 몹시 피곤 할 게다.

그래도 신랑이 자동차 한 대 사준다니까 그게 좋아서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테니스장에 나갈 때까지 꼬박 밤을 새워 일을 한 거다.

테니스를 하고 회원들과 같이 식사를 마친 뒤 들어와 세시 경에 평택으로 출발했다.

*****************

호신이가 다음 주에 있을 시험을 핑계로 시골엘 가지 않겠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공부하기 위해서 안 가겠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혼자 서울에 남아 마음껏 놀고 싶어서 안 가겠다고 하는 것이 더 분명한 이유다.

아이 방문을 열어보니 녀석이 침대에 앉아 벽에 기댄 채 책을 읽는 척하고 있다.

내가 그 속을 모를까.

내 눈을 속이기 위해 생쑈를 하고 있는 거다.

그 중요한 대학입시 때에도 녀석이 책을 들고 공부하는 척하는 모습 조차 보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다음 주에 있을 시험 준비를 한다며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녀석에게

네가 시골에 안 가겠다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고 물었다.

녀석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러면 내가 가야할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하고 되묻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이놈아,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지 마라.

네 형 경신이도 군에 있고 종손 현신이도 없고 혜신이도 올 수 없으니 너라도 가서 제사를 지내야 할 것 아니냐.

네놈은 부모가 죽어도 제사 한번 안 지낼 놈이다.”

이후 몇 마디 이야기가 더 오고갔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넌 가야만 돼!”

하고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더니 녀석은 씩씩거리며

그러면 책을 가져가지 않을 거예요

한다.

다시 말하면 아빠가 공부를 방해했으니 공부를 안 한 것에 대한 책임은 아빠가 지라는 속내다.

핑계 김에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오기다.

공부를 하고 안하고는 네 마음에 달렸고 네 인생이다

하고 언쟁을 끝낸 후 평택으로 향했다.

평택으로 가는 차 안에서 녀석은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나 시골 가는 중이야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녀석은 아예 공부와는 담을 쌓은 놈이다.

갈수록 삐뚤어지고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녀석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째 이런 놈이 내게 왔을까.

시골에 가서도 도착과 동시에 어디론가 사라져 혼자 놀다가 들어와서는 TV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제사를 지내야 하는 추석날 아침에도 녀석은 아홉시 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들어가 자빠져 자고 있다.

제사를 지내러 온 놈이 제사 지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생각이 없는 놈을 억지로 데려온 내가 잘못인지도 모른다.

이런 녀석에게 명분을 줄 내가 아니어서 차라리 곧바로 서울에 올라가 공부나 하라고 했다.

그냥 나오라는데도 녀석은 다시 서울 올라갈 준비를 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세상 천지에 이렇게 제멋대로인 놈 처음이다.

목욕을 하고 드라이를 하고 온갖 멋을 부리며 집에 갈 준비가 끝났기에 녀석에게

너 뭐 하러 여기 왔니?”

하고 물었더니

녀석은 이미 내가 묻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잔머리를 돌려

할머니 보러 왔어요.”

하고 능청을 떤다.

제사를 지내러 온 녀석이 제사는 커녕 잠만 자빠져 자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러워 그런 질문을 했던 거라는 걸 알고 답한 거다.

녀석의 생활은 그냥 거짓과 위선, 잔머리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그 거짓된 생활이 녀석에게 언젠가 치명적인 아픔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정직한 삶은 자연법칙이기 때문이다.

그 자연법칙을 어기면 틀림없이 그에 상응하는 응징이 뒤따른다.

고개를 치켜들고 눈을 똥그랗게 뜬 채 바락 바락 아버지에게 대드는 행태가 쌓이면 녀석은 더 이상 정상적인 조직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직장생활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제 편의 위주로만 살아가려는 녀석의 행태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참다 못한 나도 녀석의 잘못된 생각을 같은 방식으로 고쳐주기 위해서 일부러 제사가 다 끝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 뒤에야 녀석을 데리고 나가 안중 터미널에 내려주었다.

모르긴 해도 녀석은 그동안 조급증에 힘들어 했을 것이다.

터미널에 도착해

차비 있어?”

하고 물었더니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없어요.”

한다.

돈 만원을 꺼내어 녀석에게 주면서

공부 열심히 해라

라고 했더니 녀석은

"

한마디 던지고 총총히 사라졌다.

집에 와서 알아보니 녀석에게 집사람이 별도의 밥값을 주었고 제 할머니가 몇 만원을 주었단다.

엄마에게 얼마를 주었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말끝을 흐리면서 만원만 주었다고 하신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나가셔서는 녀석에게 핸드폰 전화를 하셨던 듯하다.

집사람 말로는 엄마가 호신이 전화번호를 물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빠가 물으면 만 원만 받았다고 말하라고 했을 것이다.

 

시흥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아침 11시경에 집에 도착하니 녀석은 그 때까지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내가 점심을 준비했던 오후 두시가 넘어갈 때까지도 녀석은 자빠져 자고 있었다.

다음주에 시험이라 공부하기 위해서 집에 남겠다고 한 녀석의 행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자는 녀석을 깨워 점심을 먹여놓았더니 욕실에 들어가 닦고 드라이 하고 온갖 멋을 내더니 가방을 들고 나선다.

친구 잠깐 만나고 도서관에 갔다 올께요

한다.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까?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고 나간 녀석은 12시가 한참 넘은 시간에야 들어왔다.

나는 잠결에 애 엄마가 늦게 왔다고 야단치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

오늘 아침에 녀석에게 또 독설을 풀었다

오늘은 무슨 과목 시험 보니?”

하고 물었더니

오늘은 학교 안 가는데요?”

한다.

나는 성질을 버럭 내면서

이 자식 순전히 나쁜 자식이네 이거....

그런데 왜 임마 오늘 시험공부 때문에 시골 못 내려간다고 그랬어?“

하고 호통을 쳤더니

제가 언제 오늘 시험 본다고 했어요. 이번 주에 본다고 했지.”

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대비해서 공부하는 놈이 온종일 자빠져 자다가 오후 두 세 시에 일어나서는 친구 만나러 나가?”

하고 호통 치며 물으니 아무 소리를 못한다.

네 녀석 두고 볼 거야.

공부한다고 난리를 친 만큼 그 결과를 반드시 두고 볼 거야.”

하고 아침식사를 마쳤다.

평상시 같으면 출근길에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할 텐데 녀석은 주방 TV 앞에 서 있는 채로 한마디 말이 없다.

난 이녀석을 더 이상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다.

독설을 퍼부어서라도 바르게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강화와 처벌을 제대로 해야 한다.

강화가 좀 부족한 게 문제이기는 하다.

잘난 게 눈곱만큼이라도 있어야 강화를 하지!

어떻게 녀석을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녀석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경신이는 부족해도 성실해서 그걸로 그나마 제 역할은 어느 정도 해 낼 수 있지만 녀석은 부족한데 성실하지도 못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15년전 예견한 대로 녀석은 삼십대 중반인 지금도 그모양 그 꼴로 살아간다.

지금도 그놈이 하는 이야기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한다.

한번도 진실성을 입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 유학을 간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유학이 아니라 유흥하러 가는 거다.

삐뚜러진 인성을 스스로 바로잡지 않는 한 녀석은 아주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거다.

이건 녀석에 대한 저주가 아니라 자연법칙을 설명하고 있는 거다.

잔머리는 사탄이 인간에게 준 최대의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