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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1006 머리 큰 아들과 벌이는 밥상머리 배틀

by 굼벵이(조용욱) 2024.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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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6()

오늘 아침 밥을 먹는 중에 호신이에게 한마디 했다.

너 요즘도 게임하니?”

녀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풀 죽은 목소리로

한다.

이 녀석아 지금까지 네 인생을 망친 게 게임인데 앞으로 남은 네 인생마저 망치고 싶어서 그래?”

.....................(녀석은 아무 말이 없다)

12시 이후에는 어떠한 이유로든 컴퓨터를 사용하지 마라.

만일 이를 어길 때는 다시는 컴퓨터 사용을 못하도록 할 거야

그렇게 밥상머리 훈시를 하며 소화 안 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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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일찍 집에 들어갔다.

오늘은 녀석이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다.

그런데 여전히 녀석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잽싸게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나오는 척 했다.

컴이 그대로 켜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녀석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를 미루어 알 수 있고 컴퓨터 사용 내역을 확인해 보면 모든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녀석은 오전 10시에 일어나 컴 앞에 앉아 내가 퇴근 할 때까지 열시간 가까이를 컴 앞에서 보냈다.

내일 행정학 시험을 본다는 녀석이 온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며 보낸 거다.

내 머리가 뒤집어질 것 같다.

신이 내린 것이 아니고 내가 잘못 가르친 대가다.

아니 내가 무책임하게 방치한 결과다.

그러니 인간인 내가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들 훈육 방식 가운데 집에서는 정말 먹히지 않는 것이 당근책 즉 칭찬을 통한 훈육방식이다.

왜냐면 지금까지 그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벌을 통한 학습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내가 나타나자 녀석은 곧바로 목욕탕에 들어가 나갈 준비를 한다.

내일 시험 본다는 녀석이 온종일 게임 한 것도 모자라 다시 친구들과 놀러 밖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막 문을 나서려는 아이에게

너 이번 시험 두고 보겠어.

네 녀석이 한 말과 행동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아빠가 두고 볼 거다.”

녀석은

라는 짧은 말을 남기며 휭하니 사라졌다.

대답은 시원스럽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대답이 자신에게 거짓을 다짐하는 것으로 보여 가증스럽기 까지 하다.

컴퓨터 사용내역을 조사해보니 어제 밤에도 새벽 두시가 넘도록 컴 앞에 앉아있었고 오늘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7시 반 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컴퓨터를 사용했다.

게임프로그램에 계속 접속하고 있고 가끔 영화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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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정말 미치겠다고 이야기 했다.

이 녀석은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있다.

집사람은 현신이랑 같이 정신과에 한번 데리고 가는 게 어떠냐고 한다.

형도 현신이 때문에 녀석의 정신감정을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아이가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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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에 녀석은 또 양치를 안 하고 침대에 누워있다.

너 이빨 닦았어?” 하고 물으니

아니오한다.

다시 울화통이 끓어올라 고함을 질렀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도대체 몇 년을 해야 제대로 해.

그런 작은 일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녀석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어?

, 돼지도 그 정도 훈련했으면 다 하겠다.”

했더니 녀석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내 얼굴을 노려본다.

녀석의 그런 모습은 폭발 일보직전의 상태고 폭발하면 무언가 엄청난 일을 저지를 것 같기도 하다.

왜, 할 말 있어?”

했더니

아니오

한다.

네놈 때문에 내가 늙어.

네놈은 나하고 같이 사는 동안 너는 네 맘대로 못해.

네놈의 그 썩어빠진 생각을 바로잡기 전에는 나랑 같이 살기 힘들어.”

하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고 나서니 녀석은 화장실로 얼른 들어가고 나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다.

마침 장현수 위원장이 알로에를 가져다 달라고 해 집사람 도움을 받아 알로에를 쇼핑백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나는 매일 아침을 그런 식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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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읽었던 리더십 골드에 신나는 토요일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책 안에 시간관리와 관련하여 자신의 시간을 얼마나 유익하게 사용해야 할지를 리마인드 시키기 위해서 인생의 남아 있는 토요일 숫자만큼 구슬을 구입해 놓고 토요일이 지날 때마다 하나씩 던져버리는 방법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그 구슬을 구해다 놓거나 아니면 숫자 판이라도 가져다 놓고 이를 기록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관리는 단순한 하루 24시간 관리가 아니다.

네가 지금 무엇에 집중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진정한 시간관리라는 것이다.

허튼 일에 24시간을 쏟아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 시간이라도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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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장실 팀장회의에서 정년퇴직 예정자 보직변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권태호가 요즘 지나치게 교만을 떤다.

그는 금년 하반기 인사는 예년대로 58세 정년을 기준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년에 관한 합의문서는 7.1일부터 시행하기로 되어있고 노조의 찬반투표도 아직 거치지 않았으니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의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 주기 위해 단체교섭의 당사자는 사장과 위원장이고 양 당사자가 합의하고 서명했다면 노조의 찬반투표와 상관없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지 시행일이 내년 7.1일에 불과할 뿐 계약체결일부터 효력을 갖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권태호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손가락을 파르르 떨면서 교만한 자세로 내 의견을 부정하며 자신의 이야기가 맞는다는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내가 참아주니 내가 밸이 없어서 그런 줄 아는 모양이다.

참고 또 참아주니 머리 꼭대기에 올라 타 이제는 대 선배를 짓밟으려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럴 때마다 비참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참고 또 참는다.

나는 어쨌든 이견이 생길 수 있으므로 금년 하반기 인사는 별도의 원칙을 설정하여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권팀장과 유사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 주었다.

정말 골치 아픈 친구다.

그런 교만한 자세로는 원만한 직장생활이 곤란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는 너무 너그럽다.

사무실로 돌아와 차장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준원 차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노조 찬반 투표를 거치지 않은 채 사장과 위원장이 합의 서명한 정년연장 문서가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가?”

하고 물으니 최 차장이 내가 팀장회의에서 한 말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 자리에서 최차장에게 칭찬을 해 주었다.

공부 많이 했네.

역시 대단해.

혹시 다른 생각 가지고 있는 사람 있나?”

했더니

이제 시험만 보면 되나요?”

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직장이든 집이든 하루가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다.

그게 사람 사는 숙명일 게다.

그런 가운데 조금씩 진보가 생기는 것이고...

매일이 똑 같다면 무미건조해 더욱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그럼 면에서 인간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말이 실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