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1015 호신이의 부정적 측면을 직면

by 굼벵이(조용욱) 2024. 9. 3.
728x90

20091015()

김용배 부장이 밥을 샀다.

오늘 경영혁신실에 볼 일이 있어 올라오면서 친정인 우리 팀 식구들에게 밥을 산 거다.

유끼야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딱히 할 말도 없어 어제 아침에 썼던 일기 내용을 중심으로 개처럼 살기에 대하여 5분간 이야기 했다.

내 이야기에 모두들 공감하는 눈치다.

친정 식구들에게 밥이라도 한번 사겠다고 오는 사람은 김부장 뿐인 듯하다.

그 어려운 여건에서도 진급시켰던 KM 부장은 회사생활에 적극성이 부족한 듯하다.

회사 생활보다는 오히려 종교나 다른 삶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게 아닌가 싶다.

그에게는 오히려 그게 더 나은 삶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에게서 회사에 대한 희생과 몰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20/80 법칙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업무에 몰입하는 20%의 범위를 확장하여 80%까지 끌고 가는 것이 경영정책상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승진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회사의 경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승진 대체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80%를 업무에 몰입시킬 수 있는 인생의 유인책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냥 말로만 부르짖거나 교육효과 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본성 속에 이기적인 인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걸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태어나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왕처럼 대우받으며 각인 된 인지도식에는 아주 깊고 큰 주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기심이다.

그걸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이기심이라는 인지도식을 자극해 줌으로써 몰입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반대의 방법도 있다.

조금 힘든 방법이지만 이기심이라는 인지도식을 점진적으로 지워나가게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기심과 관련된 정책을 통해 현재의 20% 몰입인력을 80%로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고유 Job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인사관리를 직무중심형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하도록 함으로써 일을 통해 자아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급여시스템도 거기에 맞도록 하면 좋겠지만 아직 한국적 정서나 한전의 조직문화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

*************************

어제는 일찍 집에 들어갔다.

견짓대를 만드는 중간대를 전해주기 위해 현암에게 두 번씩이나 전화를 했지만 그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호신이가 또 컴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보아하니 녀석은 열심히 게임 중이다.

옷을 갈아입고 고습도치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동안에도 녀석은 계속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게임하는 모습을 아빠에게 들킬까봐 얼른 컴퓨터를 끄거나 안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머리가 컸다고 아예 보란 듯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녀석의 귀불알에는 다이아몬드 형 귀고리가 박혀있다.

갑자기 역겨움이 몰려왔다.

야 이 녀석아!

지금의 너를 이토록 망치게 한 것이 게임인데 그렇게 계속 게임만 할 거야?”

하고 훈계 반 꾸중 반 했다.

귀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녀석은

조금만 더 할게요.

거의 끝나가요.”

한다.

그러고 20여분 정도 더 했을까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곧바로 목욕탕으로 들어가 몸을 씻은 후 아르바이트 하러 나간다.

다녀올 게요

하는 그의 말에 집사람이

하고 대답을 했지만 내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는 나의 대답을 가로막았다.

집사람이 닭죽을 저녁으로 내 왔으므로 복분자 주를 반주 삼아 작은 잔으로 네 잔을 마셨다.

일반 소주잔으로는 세잔 쯤 될까 말까 한 양이다.

그만하면 반주로는 가장 적당한 양이다.

식사 중에 집사람과 아이에 대하여 상의했다.

녀석에게 명확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엄격한 룰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집사람도 이제는 나의 그런 생각에 익숙해져 있고 지지하는 편이다.

자신의 방임으로 아이가 지나치게 잘못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호신이가 사회생활에 부적합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소시오패스)

아이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즉흥적이며 감정적이다.

그 나이에도 아직 성인으로 성장을 덜 한 것 같다.

그렇게 덜 익은 아이에게 가정 내에서 자유나 권리 따위를 내세워 방임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더욱 망칠 수 있다.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면서 첫 숟갈을 입에 넣자마자 아이에게 조용히 훈계를 했다.

지금까지 너를 쭈욱 보아왔는데 너는 아직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안 된 것 같다.

적어도 성인이 되려면 자유나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는데 너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네가 지금 차고 있는 귀고리는 내 집에 있을 때만은 절대 차서는 안 된다.

네가 독자적으로 살아갈 땐 네가 무슨 짓을 하던 내가 상관하지 않겠지만 나랑 사는 동안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은 용납되어질 수 없다.

나는 귀고리를 하고 다니는 남자 녀석들은 게이이거나 덜 떨어진 양아치로 본다.

그리고 너는 고등학교 때도 봉사활동 점수가 빵점이었는데 대학생활 중에도 봉사활동 점수를 F학점 받았다.

네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 하든 결과가 이미 너의 생각과 행동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너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

가족생활도 사회생활인데 너 같은 타입은 앞으로 가정 밖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네가 그렇게 된 원인 중에 가장 큰 부분이 컴퓨터 게임이다.

그런데 너는 지금도 매일 게임으로 소일하고 있다.

더 이상 너를 망치게 할 수 없어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너는 네 인생의 목적도 없고 가치 있게 살아보려는 의지나 시도도 없이 즉흥적인 감정으로만 살아간다.

그 나이에도 미성숙한 너를 나는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너는 앞으로 밤 12시 이전까지는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

만일 12시가 넘어가면 바로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라고 했더니 녀석이 특유의 분노에 찬 도끼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화가 치밀어 내 머리칼이 곤두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어조로

할 말 있으면 이야기해라.

아빠 이야기가 부당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말해라

라고 했더니 눈을 내리 깔고는 아무 소리 없이 밥을 먹는다.

추석 전날 시골에 안 내려가겠다고 바락바락 대들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집에만 가면 녀석 때문에 속이 뒤집어진다.

군대라도 가서 나이를 먹고 고생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자신이 잘못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깊이 뉘우치고 가치 있는 삶을 살려는 의지가 생겨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