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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1016 나 대신 내 부하직원을 불러 혼낸다고?

by 굼벵이(조용욱)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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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6()

이성선 남부발전 인사팀장이 점심을 샀다.

마침 남동의 노광식 인사팀장과도 연락이 되어 같이 식사했다.

자회사 인사팀장들은 내게 인사제도에 관한 자문을 구하고 싶어했다.

주로 초간고시 제도와 MBO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동 인사팀장은 우리의 MBO 관련사항에 대하여 특히 관심이 많았다.

아마도 그들은 나의 제언에 따라 내가 지은 책을 먼저 사 볼 가능성이 높다.

하여튼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내가 만든 코칭 리더십 기반 MBO 평가제도에 대한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농담삼아 우리가 발전자회사를 상태로 인사 컨설팅 사업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울 것이란 걸 잘 안다.

 

오후에 김병옥 차장이 와서 승진제도 개선 관련 규정개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권태호부장이 김차장에게 꾸지람을 했다고 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불만이 있으면 내게 이야기할 일이지 내 부하직원을 상대로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니 내가 열불이 터진거다.

사사건건 내게 시비를 붙고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아는 이 친구에게 언젠가 제대로 혼찌검을 내 주어야 할 것 같다.

신운섭 차장이 저녁식사나 같이 하잔다.

권서방네 순대국 집에 가잔다.

조홍제 차장과 함께 가 순대국을 먹으며 소주를 각자 한 병씩 마셨다.

술기운이 돌자 권태호 부장에 대한 불만을 다시 되새겼다.

신운섭 차장에게 권태호가 김병옥 차장에게 어떤 모욕을 주었는지에 대하여 조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만일 내가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설령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제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고, 사장에게도 도움이 되고, 회사에도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일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따지면서 김병옥 차장에게 대안 없는 꾸지람을 했거나 내게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았다면 그것은 용납되어질 수 없는 것이다.

기분이 잡쳐 반 병 만 마시려던 술을 한 병 씩이나 마셨다.

조홍제가 옆에서 내 기분을 생각해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하고 거든 덕분이기도 하다.

식사는 8시에 끝이 났고 집에 들어와 영화를 보다가 졸음이 밀려와 10시 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집사람이 옆에 와 찝쩍거렸지만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보자고 했다.

엊그제 결재 했는데 연달아 계속하면 코피 터질 것 같아 다음 날로 미룬 거다.

********************

오늘 아침 식사 중에 호신이 녀석을 보니 아직도 귀에  귀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나는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손가락질을 하며

너 그 귀고리 당장 빼! 

했다.

녀석은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귀를 뚫든 머리를 기르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하면서 대든다.

내가 한 말이다보니 갑자기 적절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

네가 이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산다면 모를까 내 집에서 함께 사는 동안에는 귀고리를 할 수 없다.

세상천지를 다녀봐라.

바르고 반듯하게 자란 사내 녀석이 귀고리 하고 다니는 녀석 있니?

당장 빼!

내 집에선 그거 못 봐준다.”

녀석은 포기하고 귀고리를 풀어놓더니 입이 터져라 밥 한 사발을 한꺼번에 털어 넣더니 밥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가 설거지통에 밥그릇 내던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기가 막히다.

어제 그렇게 난리를 피웠는데 뻔뻔스럽게 오늘 식탁 앞에 귀고리를 하고 내 앞에 나타나다니!

녀석은 고등학생 시절에 귀고리를 했다가 나한테 된통 혼나고 그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해 놓았다가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며 지금 와서 한바탕 붙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훌륭한 말씀을 그렇게 기억하며 살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그런 말들은 그렇게 잘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네놈이 내가 예뻐할 만큼 충실하게 고등학교 생활이라도 제대로 하고 성실하게 생활하거나 특별히 공부를 잘해서 남들에게 당당하다면 네가 귀고리를 하던 홀라당 벗고 다니든 아무런 상관 안 한다 임마!’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이 자존심 상할까봐 내 속으로만 삼킨 거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살다보면 가치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일단 자신의 마음속에서 미리 내린 가치판단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설득하려는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지나가는 말로라도 원하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을 미리 던져놓아야 한다.

그래야 그런 내용들이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결정을 얻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