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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1014 내가 한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진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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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아침 회의시간에 권태호부장이 또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아침회의 석상에서 총무팀장이 TDR 우수사례 발표와 관련하여 어떤 아이템을 내보낼까에 대하여 질문하자 처장님은 내가 진행한 승진제도 관련사항을 내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이 말을 들은 권태호가 갑자기 승진제도가 문제가 있으니 나보고 빨리 교통정리를 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는 S등급을 받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거쳐 승진을 시키겠다는 당초 사장님 말씀만 기억하고 내게 그런 주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S등급을 받은 사람만 대상으로 하였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열명부를 만들되 고과가 정규분포를 이루도록 세분화하고 점수 차등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평정권자를 조정하여 사업소장이 직접 고과를 하되 부서장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내가 승진제도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뿐더러 현행에서 크게 바뀌는 부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자 그는 다시 언성을 높이고 눈을 부라리며 흥분하는 기색을 보였다.

나는 더 이상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차분한 어조로 그게 아님을 설명했다.

어쨌거나 처장님 입장에선 운영과 제도가 서로 견해를 달리하며 티격태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불안한 마음에 짜증을 내셨다.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않은 채 함부로 선배를 까뭉개는 언행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인내력의 범주를 확장해 최대한 참아냈다.

회의가 끝나고 TDR 최종 보고서를 권태호 부장에게 주면서 그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설명해 주었더니 그도 자신이 너무했나 싶었던지 잔뜩 굳어있던 얼굴을 펴고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병옥 차장에게 규정 개정안을 이달 말일까지는 종료시키라고 주문했다.

제도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규정을 확정하여 공포할 필요가 있다.

김병옥 차장 말에 의하면 인사관리팀의 김유상 차장, 권태호 팀장과 상의하던 중에 TDR 최종 보고서에 면접제도가 살아있음을 이유로 면접제도 대신 현행의 승진심사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TDR 보고서의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규정을 개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만일 권팀장이 그런 투로 이야기 했다면 이는 지나친 월권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면접제도를 희망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하고 있고 현재의 심사시스템이 잘 되어있다며 바꾸려는 내게 불쾌감을 드러내놓고 이제와 나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를 하고 있는 거다.

자신들도 어떻게든 면접제도 만큼은 피하고 싶어 하고 있다는 걸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도와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제도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내게 대안 없는 비난이나 문제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화가 치밀어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고 일한다.”

내가 전무님과 상의할 것이고 만일 전무님이 이의를 제기하신다면 그땐 사장님께 다시 보고해서라도 정리하겠다.”

사장이나 회사를 위하는 방법은 사장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회사를 위하고 사장을 위한다면 그 분야에 대하여 가장 잘 아는 실무자가 최적의 대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나는 절대 사심가지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장님께 면접절차의 문제점을 말씀드렸고 검증절차는 면접 방식 보다 상임인사위원회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을 사장님께 말씀드렸고 사장님도 그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그러므로 그것이면 면접제도를 취하지 않는 이유로 족하다.”

사장님도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보고를 받는 도중 계속 내게 확인하는 눈치를 보냈었다.

그리고 내가 동의하는 눈치를 보일 때만 확신에 찬 주장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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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고 상대방만 살려주기는 정말 힘들다.

왕처럼 자란 사람에게 노예 역할을 맡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정 반대로 바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편안하게 살려면 노예처럼 살아야 한다.

개 팔자 상팔자라고 개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동물도 드물다.

먹을 것을 구할 필요도 없다.

때 되면 주인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안아주고 예뻐해 준다.

그 모든 것은 개가 노예처럼 살아준 대가이다.

늘 변함없이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와 준 대가다.

주인이 아무리 때리고 험하게 대해도 돌아서면 꼬리치는 개는 노예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범이다.

오랫동안 말썽 없이 장수 무병하고 싶으면 개처럼 살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편안한 삶을 원한다면 개처럼, 노예처럼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아집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개 같은 노예처럼 살 일이다.

그것이 결코 나쁘다거나 가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 행동이다.

우리가 그걸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태어나 어린 시절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으로부터 왕처럼 대우받아왔기 때문에 이미 선비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빨리 그런 생각지도를 바로잡아놓아야 한다.

그런 거추장스러운 스키마 때문에 아름답고 즐거운 인생을 힘들고 어렵게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난 열심히 사장생각에 대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