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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1230 펭귄에게 배우는 아버지의 길

by 굼벵이(조용욱) 202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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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박규호 처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가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중에 부산에 한번 꼭 오란다.

내가 1직급 보직기간 상한제를 도입한 것 때문에 우리회사에서 얼음 위를 달리는 스케이트처럼 쌩쌩 잘나가는 그가 나를 곡해하여 무척 힘들게 했지만 언젠가 저녁식사를 같이 한 이후 오해를 풀고 마음을 돌리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받은 그에 대한 느낌은 그가 나를 꽤 괜찮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의 마음도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다섯 시 반 쯤 되어서 퇴근을 재촉하려는데 서울대 과정 교육요원 부장들이 막걸리 한 잔 하러간다면서 함께 가잔다.

삼겹살을 구워 흥겹게 술을 나누던 중 (하재훈, 정익중, 조재형, 문태영, 김정채, 권춘택, ) 하재훈 부장이 딸로부터 전화로 낭보를 접했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이화여대 사회과학대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잠시 후 정익중 부장이 전화를 받았다.

정부장 딸도 이화여대 산업공학과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둘 다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지만 내 마음은 많이 아팠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비교만큼 나뿐게 없다지만 인간의 유전자 속엔 언제나 우월의식이 심어져 있고 그게 상대적 비교로 나타나는 거다.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속이 답답해 어쩔 줄 모르겠고 풀이 죽는다.

그런 복잡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데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호신이란 녀석은 아직도 사춘기 반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만 내닫고 있다.

그런데 녀석은 주변의 친구들 중에 자기처럼 비참하게 사는 사람이 없단다.

좋은 옷에 후한 용돈은 물론이고 나처럼 핸드폰 사용료가 5만원을 넘는다고 닦달하지도 않는단다.

그런 이야기를 집사람이 대신 전해주기에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삶에대한 올바른 태도라고 했다.

집사람이나 호신이는 아마도 공자님 방귀 뀌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흥청망청 자란 아이들은 결국 돈 아까운줄 모르고 잘못된 길을 걷게 되어 있는게 인생이다.

강하고 큰 인물들은 대부분 가난 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가난은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교육방법 중 하나이다.

겸손하고 근면 검소하게 살면서 끈질긴 승부근성을 가지게 하기에는 가난만큼 훌륭한 교육방법이 없다.

집사람은 그런 나의 방식을 불편해 한다.

하지만 나는 근면 검소하게 사는 방법을 익히도록 해 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만 일찍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아버지 모습을 보이며 살았어도 아이들이 다르게 자랐을지도 모른다.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고 밤늦은 시간에 술이 취해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아버지로부터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오늘 점심을 먹으며 정재천 부장과 안순영 부장에게 펭귄 이야기를 했다.

펭귄은 1년에 새끼 한 마리를 낳는다고 한다.

그것도 한겨울에 알을 낳아 수놈이 부화를 시킨단다.

꼭 군대에서 열병식 하듯 펭귄들이 떼를 지어 암수가 일 열로 쭉 늘어서 짝짓기를 하고 암놈이 알 한 개를 낳으면 수놈이 그걸 제 발등에 얹혀놓고 감싸면서 부화할 때까지 꼼짝 않고 거센 눈보라와 칼바람을 견뎌낸다고 한다.

암놈은 알을 낳고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뛰어드는데 먼저 뛰어든 놈은 대개 바다표범의 밥이 된다고 한다.

그걸 펭귄효과라고 한다.

먼저 뛰어든 놈이 희생이 되면 다른 놈들은 안심하고 먹이를 구해 배불리 먹은 후 수놈에게도 먹이를 가져다준다.

수놈은 암놈이 가져다 준 먹이를 자기도 먹고 새끼도 먹인다.

정말 지극 정성으로 새끼를 키우는데 대충 6월 경 쯤 되면 날이 따뜻해지고 새끼 펭귄이 독립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父情을 이야기 할 때는 펭귄이 단연 일등이다.

나야말로 꼭 본받아야할 펭귄이다.